K반도체 실적 최악인데 외국인이 주식을 사는 이유 [핫이슈]

장박원 기자(jangbak@mk.co.kr) 입력 2023. 2. 7. 09:48 수정 2023. 2. 7. 10: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 = 연합뉴스]
세계 경기 침체로 반도체는 사상 최악의 한파를 맞고 있다. 반도체 시황은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D램 재고는 작년 말 기준으로 정상 수준에 비해 3배 이상 많다.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에도 D램 가격은 20% 가까이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말 재고자산이 52조원이 넘었다. SK하이닉스도 15조원에 달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생산 라인 재배치 등을 통한 공급 조절에 들어갔고 SK하이닉스는 감산에 돌입했다. 그러나 감산 효과는 6개월 이후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재고 증가와 가격 하락은 두 회사의 실적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2700억원에 불과했다. 2014년 이후 가장 낮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1조원이 넘었다. SK하이닉스가 적자를 낸 것은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이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K반도체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2조원과 6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순매수액의 절반 가까이 반도체 주식으로 채웠다.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미국이 긴축 기조를 완화하며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재고가 소진되는 2분기 이후 반도체 불황이 풀릴 것으로 보는 것이다. IT기기와 소프트웨어가 고도화되면 데이터 사용량이 늘고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빅테크 기업들이 지금은 투자를 줄이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에는 다시 서버 증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끝내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한 것도 호재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중 반도체 수출액은 예년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중국이 다시 시장을 열면 반도체 수출은 다시 증가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점이 변수지만 돌발 악재가 발생하지 않으면 2분기 이후 중국 시장은 회복될 것이다.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이 극명한 산업이다. 재고 증가와 실적 악화, 주가 하락, 감산과 재고 감소, 주가 상승의 사이클을 그린다. 아직 재고가 많이 남아 K반도체 주가는 더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불황을 잘 버티면 다시 반등할 것이다. 외국인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는데도 K반도체에 투자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