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부동산]'대대광' 이끌던 대구, 어쩌다 미분양 무덤으로

채신화 입력 2023. 2. 7. 09:37 수정 2023. 2. 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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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미분양 가구 20%가 대구에 쌓여
민간은 할인분양·시는 주택승인 보류
입주물량 줄줄이…"가격반등 어려워"

꽁꽁 언 부동산 시장 날씨가 좀처럼 풀리질 않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한파를 넘어 혹한기를 겪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미분양 무덤'이라는 오명이 붙은 대구인데요.

대구는 전국 미분양 주택의 약 20%가 쌓여있을 정도로 주택 적체가 심각합니다. 민간에서는 신규 분양 아파트 할인에 나서고 대구시는 신규주택 승인을 보류하며 '미분양 털기'에 주력하는 모습인데요. 과연 대구에 봄이 올까요? 

'대대광' 주역에서 '미분양 무덤'으로

대구도 집값 상승이 남부럽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부동산 상승기였던 2020~2021년엔 대전, 광주와 함께 '대대광'으로 불리며 지방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이끌었죠.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대구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변동률은 2020년 5월11일부터 78주 연속 '상승'이었는데요.

그러자 국토교통부가 지난 2020년 12월 달성군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구시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고요. 서서히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미분양 주택이 급등했는데요. 국토부에 따르면 대구시 미분양주택은 2020년 12월만 해도 280가구에 불과했는데요. 2021년 5월 1185가구로 전월 대비 32.1% 증가하며 1000가구를 넘어섰습니다. 

대구시는 이때부터 꾸준히 국토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청했는데요. 규제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고 그사이 공급이 이어지면서 미분양이 점점 쌓였습니다. 

'고분양가'도 미분양을 부추겼습니다. 부동산R114의 집계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3.3㎡(1평)당 평균 분양가는 2018년 1230만원에서 2019년 1459만원, 2020년 1548만원, 2021년 1679만원, 2022년 1862만원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는데요.

이에 대규모 청약 미달 단지가 줄줄이 나오면서 지난해 대구 민영아파트 1순위 청약경쟁률은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2022년 전국 민영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6.8대 1이었지만 대구(29개 분양단지)는 0.3대 1에 그쳤죠. 

결국 대구시 미분양주택은 2021년 11월 2000가구를 넘고(2177가구), 2022년 3월엔 6000가구 문턱을 넘는(6572가구) 등 빠른 급증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부터는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전국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가 왔는데요. 결국 6월엔 대구 수성구 등 투기과열지구가 풀리고 9월엔 조정대상지역도 모두 해제됐지만 미분양 적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2년 12월엔 대구시 미분양이 1만3445가구로 전국 1위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전국 미분양주택(6만8107가구)의 19.4%로 국내 미분양주택 10가구 중 2가구는 대구에 쌓여있는 셈이죠. 

대구 미분양주택 추이./그래픽=비즈니스워치

'미분양 털기' 안간힘…입주폭탄 어쩌나

조급해진 민간에서 먼저 '미분양 털기'에 나섰습니다.

지난해부터 대구에선 '할인 분양' 등을 내건 단지가 줄을 잇고 있는데요. 대구 서구 내당동 '두류스타힐스'는 지난해 10월 195가구 모집에 64명만 청약하면서 현재 기존 분양가에서 10%를 할인해주고 있고요.

대구 수성구 '시지라온프라이빗'은 입주지원금 7000만원과 중도금 무이자 등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좀처럼 없는데요.

경매 시장도 한파입니다. 부동산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지난해 4월 91.9%에서 9월 79.5%로 급락했고요.

전세 시장 불안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프롭테크 호갱노노에 따르면 최근 3개월(2022년11월~올해1월)간 대구에서 무려 1337건의 역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요. 

결국 지자체까지 발벗고 나섰습니다. 

대구시는 지난달 30일 '지역 미분양 주택 해소화 거래량 회복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신규 주택건설사업 계획 승인을 전면 보류하고 기존 승인된 주택건설사업지도 분양 시기를 조절한다는 내용인데요.

그럼에도 주택 심리가 크게 꺾인 데다 예정된 입주 물량이 워낙 많아 한동안 한파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아실에 따르면 대구의 아파트 입주 적정 수요는 1만1814가구지만 실제 입주 및 입주 예정 물량은 2020년 1만3660가구, 2021년 1만6904가구, 2022년 1만9878가구, 2023년 3만4419가구, 2024년 2만1175가구 등에 달하거든요.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입주 물량이 많다는 건 지역별로 가격 하락 유인이 있다는 것"이라며 "미분양도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공급을 조정하지 않는 한 가격이 반등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자체가 신규 인허가를 중단해도 예정 물량이 있기 때문에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미분양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청약 성적도 잘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분양가를 더 조정하거나 미분양 주택에 대한 취득세 감면 등의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조정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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