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 비서관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 ‘위선적 다양성 정책’ 드러내[김선영 기자의 오후에 읽는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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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결혼은 꼴도 보기 싫다. 주변에 사는 것도 좀 싫다. 동성혼이 인정되면 나라를 버리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최측근인 아라이 마사요시(荒井勝喜) 비서관이 지난 3일 기자들에게 성 소수자와 동성혼에 대해 이 같은 혐오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진 뒤 일본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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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결혼은 꼴도 보기 싫다. 주변에 사는 것도 좀 싫다. 동성혼이 인정되면 나라를 버리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최측근인 아라이 마사요시(荒井勝喜) 비서관이 지난 3일 기자들에게 성 소수자와 동성혼에 대해 이 같은 혐오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진 뒤 일본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아라이 비서관은 뒤늦게 발언을 철회했지만, 결국 기시다 총리는 4일 “다양성을 존중하는 포괄적 사회를 실현하려는 내각의 구상과 어울리지 않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면서 아라이 비서관을 전격 경질했다. 아사히(朝日) 신문은 “총리 비서관이 본인이 저지른 불상사로 경질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가 기시다 내각이 추진해온 ‘다양성 정책’이 위선이라는 방증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라이 비서관이 “총리 비서관들과 동성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모두 반대하고 있다. 인권이나 가치관은 존중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싫다”고 말한 사실까지 전해지면서 다른 인사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소수자 인권단체 ‘페어(fair)’의 마쓰오카 소네(松岡宗嗣) 대표는 아사히에 “주요 인사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데에서 뿌리 깊은 차별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시다 내각이 오는 5월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사회적 다양성’ 관련 행사인 ‘W(Woman)7’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자기모순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 행사에서는 각국 시민사회 주요 인사들을 초청, 여성 및 젠더에 근거한 폭력과 ‘성적 지향’ 등의 문제를 논의하는데, 이번 논란으로 기시다 총리가 공들여온 외교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이번 아라이 비서관 발언 논란은 주요국 언론에 ‘일본 정부의 성소수자 혐오논란’ 등의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6일 기시다 총리가 성소수자 이해증진 법안의 준비를 지시했지만 관련 파장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 사회는 주요국 사회의 추세인 다양성 존중을 내걸었지만, 늘 그 이면에는 ‘약자 혐오’ 논란에 시달렸다. 2021년 도쿄(東京) 올림픽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회장이 “여자가 많으면 회의 시간이 길어진다”는 여성 멸시 발언을 했다가 퇴진 당했고, 개회식 음악감독인 오야마다 게이고(小山田圭吾)는 학창 시절 장애인 동급생에게 배설물을 먹이는 등 집단 괴롭힘을 주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막을 4일 앞두고 사임했다. 세계는 이제 약자에 대한 존중, 차별과 혐오를 뿌리 뽑는 것을 새로운 윤리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일본 역시 같은 가치를 내걸고 있지만, 자민당 핵심 인사들의 속내(혼네·本音)는 아라이 비서관처럼 정반대다. 일본 정치·사회계에 만연한 혐오 발언에 대해 기시다 총리가 그토록 강조해온 ‘듣는 힘’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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