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이보영의 선택?.. ‘을’은 머슴 아닌 쌍무계약관계!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3. 2. 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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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넌 강한수·강한나 중에 누구 손을 잡을 거이네?” 강근철(전국환 분)이 단도직입적으로 훅 물어온다. 예상했던 스트레스 최대치의 상황. ‘그러게. 난 누구 손을 잡아야 될까?’

지난 5일 방영된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 10회는 선택을 강요받는 고아인(이보영 분)의 모습에서 막을 내렸다. 과연 강한수(조복래 분)·강한나(손나은 분)중 고아인은 누구 손을 잡을까?

이미 우원 기업이미지 광고를 통해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갖추었고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인물인 지는 충분히 어필했다. 그 덕에 강한나는 지키려고 난리고, 강한수는 빼가려고 난리다. 이 동네 끝판왕 강근철까지 행보를 궁금해하니,  어떻게 대단한 재벌 분들 생각들은 좀 바뀌었을라나?

고아인으로선 이 재벌이란 치들의 사고방식이 이해가 안된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면서 갑과 을, 즉 고용인과 피고용인이 쌍무적 계약관계임을 습관처럼 망각한다. 대신 습관처럼 중세의 주종관계쯤으로 생각한다. 도대체 ‘머슴’이란 시대착오적 어휘를 입에 올리면서 남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다.

김우원(정원중 분) 회장도 함께 한 강근철 회장 초청 식사자리에서 김우원이 흔연하게 말했다. 자신을 보석으로 빼내준 데 상응한 대가를 해주겠다고. 고아인은 답했다. “월급 받고 하는 일인데요. 뭐.” 그랬더니 좋단다. 마인드가 맘에 들었다나? 그저 ‘적어도 나는 당신들이 내게 지불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 당신들에게 돌려준다’는 취지였을 뿐인데.

해준 일이 더 많다고 생각되면 더 주고 더 받으면 그 뿐이다. 고아인이 하고 싶은 말은 ‘우린 이렇게 대등한 관계랍니다.’였는데... 뭐 좋다니 나름 이해했거나 아니면 십중팔구 기특한 머슴의 기특한 대꾸쯤으로 받아들였지 싶다.

김원중의 딸 김서정(정예빈)만 봐도 그렇다. 지가 광고주건 뭐건 제 아버지 감방에서 꺼내 줄 광고를 만들어 왔는데 발을 올리고 PT를 듣겠다고? “까불다 허리 나간다”고 경고해주고 시작하니 제목보고는 다소곳이 발을 내린다.

‘봤지? 니들은 돈이 있지만 나는 능력이 있어!’ 고아인의 어필은 그렇게 안하무인 김서정도 침묵시켰다. 가려운 곳 긁어주는 ‘을’들 만큼은 ‘갑’도 떠받들 필요가 있다. 아니면 그 능력이 언제든 다른 갑에게 갈테니까.

아닌게 아니라 ‘다른 갑’ 강한수가 고아인에게 밥을 먹자 청한다. 나가보니 뒤미처 최창수(조성하)가 90도 인사와 함께 합류한다. 최창수는 자신을 지방 발령낸 강한나와 그녀의 비서인 박영우(한준우 분)차장 간 애틋한 순간을 찍은 사진을 강한수에게 보여준다. 강한수도 의심했으니 사람 시키면 금방 알수 있었던 일이다. 최창수가 어쨌든 그 수고는 덜어줬다. 갈피 못잡겠는 SNS 활용도 도와준단다. 나름 기특하다.

“SNS 지뢰밭 지나다니려면 지뢰탐지견 한 마리쯤 있어야 겠더라구요.”

강한수가 덕담인지 비아냥인지를 던졌을 때 최창수의 주먹이 말아 쥐어진다. 고아인도 생각한다. “손에 잡히는 이익은 보이는데 영 마음이 안가네.” 창업주와 회장이 미는 강한수니 경영권은 강한나 보다 그에게 가기 십상이다. 하지만 ‘사람을 개 취급하는 저 재벌 떨거지 마인드를 언제 고쳐 쓰나’ 싶은 한심함도 그렇고 히스토리 함께 한 강한나 쪽이 어쨌거나 정도 간다.

강한나는 그나마 제법 교육도 됐고 그 독특한 개성도 밉지 않다. 첫 대면에서 “뭣도 모르면서 나서지 말고, 물어보면서 일하세요.” 충고했더니 표정은 미친 년 보듯 했지만 말귀는 알아 들어 차츰 나아지고 있는 중이다. 제 감정이야 어떻든 지켜보기 귀여운 부분이 있어 고아인으로서도 제법 호감을 느낀다. 강한나의 그림자인 박영우(한준우 분)차장에게 빚진 부분도 있고...

문제는 강근철의 개입이다. 시간 여유 두고 ‘이기는 편 우리편’ 해도 되는 판인데 이 노인네가 훅 찔러온다. 근데 이 아저씨야말로 신분제 추종자다. 주인과 머슴의 이분법으로만 사람을 대한다. 고아인의 깜냥이 먹힐 상대가 아니다. 몽유병에 시달릴 정도로 죽기 살기로 싸워서 ‘나 같은 을은 함부로 하면 안돼‘란 동의를 끌어내는 중이지만 그것도 강한나 강한수 정도에서나 통하지, 이 노친네 삐끗하면 대행사 20년 인생 한순간에 날아간다.

그러니 이 고약한 노친네의 눈에 든 것은 고아인의 불행이다. 아무래도 제 손자 손녀 강한수·강한나를 성장시킬 디딤돌로 점찍은 모양이다. 피하는 게 적성에 안맞는 고아인은 과연 이 늙은 마수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또 그 손녀딸 강한나는 이 신분 신봉자 할아버지의 압제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순정을 다바친 할아버지 표현 ’머슴‘ 박영우와의 사랑을 맺을 수 있을까도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어쨌거나 아무래도 “나는 도망치지 않아!”라 외치는 고아인은 “나를 왜 바꿔, 세상이 바뀌면 되지!”라는 강한나의 손을 잡겠지 싶다. 그 만큼 두 사람 결이 같아 보인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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