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대재해법 시행 1년… 여전히 '일하다 죽는' 사회

정영희 기자 2023. 2. 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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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4명.

바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 위반 여부를 조사,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고용부가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한 사건은 229건으로, 이 중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건 34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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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4명. 2022년 한 해 국내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이다. 건설현장 사망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고 매년 꾸준히 발생하는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꼽힌다.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상황이 반복되자 지난해 기업의 관리 책임을 무겁게 물을 법적 제재 장치가 마련됐다. 바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 위반 여부를 조사,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1월27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다.

고용노동부는 당초 기업이 솔선수범해 안전·보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란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 사업장 사망자는 256명으로 집계됐다. 법 시행 전인 2021년(248명)에 비해 오히려 8명이 늘었다. 대형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100대 건설기업 중 11곳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그 원인으로 투자를 늘리기보다 '처벌 피하기'에 급급해 법적 자문을 받거나 무의미한 문서를 작성하는 데 급급한 기업의 행태가 지목됐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재해 방지를 위한 인력 보강이나 예산 투자보다는 경영책임자 처벌을 피하기 위한 법률 컨설팅 수요가 늘었고 (기업은) 의무이행을 위한 광범위한 서류작업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지부진한 수사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고용부가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한 사건은 229건으로, 이 중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건 34건뿐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11건만 실제로 기소했다. 재판 결과가 나온 사건은 아직 없다. 사건 접수부터 기소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8개월가량. 처벌이 늦어질수록 법 위반 혐의를 받는 기업의 긴장감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법 규정 자체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방식이란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중대재해법은 법을 어긴 사업장을 적발해 책임자를 처벌하는 데에 방점을 둔 법이다. 이에 사후 조사가 아닌 사전 예방을 위한 법령이 새로 만들어져야 하는 주장이 나온다.

일이 벌어지고 난 다음 수습하는 게 아닌 애초에 일이 터지지 않도록 점검하는 법의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중대재해법이) 너무 사후 처벌 위주로 돼 있어서 예방 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며 "법 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법 시행 이후에도 이렇다할 성과가 없자 정부도 행동에 나섰다.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법 이행·집행과정에서 나타난 한계와 문제점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어 산재 예방체계 구축을 위해 노사가 직접 위험요인을 진단하고 예방 노력에 따라 다른 책임을 지도록 하는 '위험성평가 특화점검'을 도입한다는 내용의 '2023년도 산업안전보건감독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내년부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그때까지 법이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한 채 실효성 유무 논의만 계속해야 할까. 21세기에 적어도 '일하다 죽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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