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통 창업’ 청년기업인 성공 키워드, 최초..그리고

2023. 2. 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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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육성 모범4례
파운드코퍼레이션 ‘선향’ 세계화 도모
세데나즈 ‘메닌’ 새 시장 NFT 도전성공
댓타임비, 한국화 복원,“어디든 미술관”
왠지, ‘K헤리티지 일상 속에 두기’ 주효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낯선 것은 친숙하게, 친숙한 것은 낯설게” 미국의 시사 잡지 ‘애틀랜틱’의 부편집장인 데릭 톰슨이 전한 히트의 법칙이다.

청년 창업 힘들다지만, 우리 전통문화로 창업해 ‘마의 3년차’ 고비를 넘기고 히트 상품까지 탄생시킨 청년 창업가들의 성공 법칙이 ‘오늘전통창업’ 전시(~2.26,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주관, 문화역서울284)를 계기로 널리 회자된다. 모든 청년 창업가들에게 그들의 성공담은 좋은 시사점이 된다.

왠지(WEDNSY) 겨우살이 털목도리
댓타임비, 한국화 디지털 복원
올롯 유리병 선향

▶국내 최초를 노려라= 인센스 스틱으로 잘 알려진 전통 ‘선향’은 최근 ‘향멍(향기+멍 때리기)’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파운드코퍼레이션(대표 조원정)은 선향을 사업화하면서 론칭한 ‘올롯’ 웰니스브랜드로 국내 인센스 스틱 시장 점유율 1위 차지했다.

예로부터 종교의식과 정화, 궁중 혼례식, 임금 행차 시 정화·살균 목적으로 선향을 썼는데, 조 대표(32)가 잊혀진 전통을 오늘날 다시 꺼내 일상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카카오톡 선물 진입 등 72개 유통 채널에 입점하고, 2021년 연매출 3배 이상 증가에 이어 2022년에도 전년 대비 60%가 성장했다. ‘2021 서울어워드’, ‘2022 올해의 브랜드 대상’, ‘2022 오늘전통 청년 초기창업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서울시와의 협업으로 로제 맥주 향(을지로), 고소한 커피 향(성수), 그윽한 시나몬 향(서촌) 등 ‘서울의 향’ 제품도 출시했다. 최근 업계 최초로 연기 나지 않는 선향 개발로 시장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낯설게 하기’ 전략에 성공하면서 편견을 깬 것이다. 유리병 형태의 꽂이에 선향을 거꾸로 꽂고 재처리한 특허등록 제품이다. 선향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 노크하고 있다.

메닌(MENIN)이 픽셀아트로 완성한 십장생도

▶새로운 시장에서 승부하라= K컬처의 매력으로 해외시장을 바로 겨냥해 창업한 사례도 있다. 전통 그림 작품을 디지털 아트(NFT:대체불가 토큰)로 재창조한 세데나즈(대표 김다솜)이다. 2018년 창업해 디지털 콘텐츠 트레이딩 브랜드 ‘메닌(MENIN)’으로 작년 4억 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대표(30)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한 이유에 대해 “해외에 거주하면서 서로 다른 동양 국가의 전통 문양들을 뒤섞여 사용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면서 “한국 전통 만의 아름다움을 현대화해서 잘 알린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리 미학이 통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2020년에는 직접 달항아리를 제작하고, 달항아리 위에 새겨질 용 또한 디지털아트 프로그램으로 그렸다.

2022년에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픽셀아트 기법으로 전통 그림 작품을 재창조하였고, 픽셀 한 개 한 개 직접 색을 채워 넣어 엄청난 양의 픽셀로 만들어진 디지털 아트로 일월오봉도와 십장생도를 제작했다. 덕수궁 대한문 홍살에 보이는 연덩굴문을 활용한 도자제품은 국내·외에서 인기다.

댓타임비 한국화 마리갤 정선 그림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모르는 것을 발견하라= 단원 김홍도와 겸재 정선이 살아있을 당시 작품을 접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댓타임비(대표 송혜연)는 훼손된 한국화를 복원하고 한국화의 대중화를 위해 한국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청년 스타트업이다. 2019년 론칭한 펀딩플랫폼 와디즈는 ‘복원을 통한 문화 독립운동’이라는 주제로 김홍도·정선 한국화 시리즈 도서와 포스터북, 한지노트 등을 연이어 히트 치며 누적 펀딩 금액만 2억원을 넘겼다.

한국화 마리갤은 미술·박물관 작품을 디지털로 복원, 한지에 큰 사이즈로 담아, 어디서든 미술관처럼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아트 포스터북이다. 4개 언어 미니 도슨트 까지 달아, 만족도 만점(5.0) 기록도 가지고 있다.

송 대표는 “일본에 약탈된 ‘안견의 몽유도원도’와의 이별, 서양화에 익숙해져 한국화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세태가 안타깝다”면서 “우리 곁에 없는 우리 것들, 훼손 위기의 한국화들을 더 많이 복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유산을 일상으로 끌어들여라= 왠지(WEDNSY)의 황수정 대표(32)는 ‘박물관이 아닌 일상에서 향유하는 문화유산’을 꿈꾸며 2020년 창업했다.

왠지, 꽃과 자기

겨우살이 털목도리, 부적키링, 덕수궁 정관헌 가배유리잔 등 꾸준히 사랑받는 제품들이 많지만 지금의 왠지(WEDNSY)를 있게 한 일등공신은 꽃과 자기 시온유리잔 시리즈다. 조선의 청화백자, 고려와 조선 사이의 분청사기에 영감을 얻어 상감기법의 특수함과 우수성을 ‘시온 기법’으로 구현했고, 차가운 온도에서 색이 변하는 시온 유리잔을 디자인했다.

전통의 현대화가 아닌, ‘현대적인 전통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는 황 대표는 “모든 제품은 수개월에 걸쳐 공부한 후 제작에 들어간다. 전통의 외형이 아닌 전통이 지닌 이야기를 공부한다. 현대적인 전통과 철저한 고증, 이것이 왠지 만의 정체성이자 색채”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부터 해외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새긴 ‘하와이 대한독립선언서 밀크글라스’, 독립운동가의 족적을 담은 ‘독립지사 훈장 뱃지 시리즈’는 매년 삼일절과 광복절에 헌정하는 공익제품이다.

4개 성공 창업기업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오늘 전통 창업’ 출신이다. 이 프로젝트는 청년들이 전통으로 돈도 벌고 보람도 얻는 희망의 멍석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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