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없는 정치'김예지 의원"장애인 정책은 '배려'가 아닙니다"[진심인터뷰]

전영지 2023. 2. 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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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위한 지원이 '배려'가 아니라, 누리지 못했던 권리에 대한 당연한 보장이라는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이 장애인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를 '배려'라고 착각하고 '생색' 내는 정책을 거부했다. 김 의원이 올해 초 발간한 헌정 사상 최초의 장벽 없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의정보고서도 같은 맥락이다. 김 의원은 2020년, 2021년 의정보고서에 QR코드를 넣어 자막과 영상을 제공했고, 2022년엔 진일보, 점자출력본과 설명자료까지 더한 '배리어프리' 보고서를 발간했다. 내년 보고서엔 쉬운 문장, 그림으로 접근성을 보강한 '이지리드(Easy-Read)'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김 의원이 첫 시도한 이 의정 보고서는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도 잔잔한 화제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예지 의원님의 의정활동은 늘 저희의 부족함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긍정의 힘으로 치열하게 장벽을 허물어 나가고 있는 김예지 의원님, 그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에 감사드리고 또 응원합니다"라고 말했다.

▶장애인들의 삶에 와닿는, 발로 뛰는 '배리어 프리' 정책

'장애인 문화, 예술, 체육 몫'의 비례대표라는 그녀의 소명의식은 확고하다. 정치 9단들이 즐비한 정글 같은 여의도에서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성실하고 열정적인 의정활동과 사심 없이 당차고 꼿꼿한 초심은 특별하다. "저는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물불 안가리고 할 말 다한다. 내 다음으로 오시는 분이 이런 일들을 잘 이어가줬음 한다. 끊임없이 이런 목소리들이 이어지면 세상이 언젠가는 바뀔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오직 장애인과 마이너리티를 위해 독보적이고 세심한 행보를 이어가는 김 의원의 재선을 응원하는 이들도 많다. 김 의원은 "자리 욕심으로 여기에 오지 않았다. 이 나라와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위해 4년을 바치는 마음인지, '내가 뭐가 돼야 한다'는 마음인지 늘 스스로를 돌아본다"고 했다.

연초 장애인체육지원법, 장애인체육진흥법 입법 논의가 한창인 상황에서도 그녀는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 "법의 근거가 없어서 안되는 것이 아니다. 대한체육회를 위한 모든 법은 대한장애인체육회를 위한 것이다. 국민체육진흥법, 스포츠기본법, 스포츠클럽법이 모두 대한체육회·대한장애인체육회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법안이 있음에도 현실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법만 늘린다고 해서 장애인 정책이 잘 이뤄지는 게 아니다. 법이 있는데도 안되는 것들, 법안 시행 과정에서 예산적으로, 정책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을 찾아보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행동하는 정치인이다. 발로 뛰는 정책, 장애인 당사자의 실제 삶에 와닿는 법안을 쉼없이 고민한다.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성 제고를 위해 식품, 화장품, 약품 용기에 점자 표기를 의무화한 법 개정도 그녀가 발의한 것이다. 지난 여름엔 장애인 누구나 자유롭게 스포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스포츠 관람권 3법' 발의를 위해 고척돔에서 '시각장애' 팬들과 함께 9회까지 야구를 '직관'했다. 유형별 장애인들의 키오스크 접근성 향상을 위한 법안 시행령 개정, e북 플레이어 접근성 개선에도 누구보다 진심이다. "장애인체육 현장에선 '홍보대사'를 자청한다. 지난해 11월 쇼다운 에이스 이종경이 취리히오픈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땄을 때, 여자 골볼이 무려 28년 만에 파리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냈을 때 누구보다 기뻐하고 축하하고 가장 먼저 미디어에 알린 이 역시 김 의원이었다. 지난 연말, 쇼다운 선수들을 오찬에 초대해 격려하기도 했다.

장벽 없는 정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지체없이 답했다. "장애인을 위한 지원이 '배려'가 아니라 누리지 못했던 권리에 대한 당연한 보장 절차라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퍼져나가야 한다. 장애인에게 '특혜'를 주고 '배려'한다고 생각하는 문화와 생각이 전환되지 않는 한 세상이 변하기 어렵다."

▶김예지 의원의 새해 버킷리스트

김 의원은 지난해 스포츠조선,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서울시교육청이 함께한 '서울림운동회'에 참석해 장애-비장애학생 '모두의 스포츠'를 응원하고 격려했었다. 김 의원은 모두의 스포츠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을 인정하는 교육"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서울맹학교 시절 골볼, 피구, 발야구, 육상, 평균대를 맘껏 즐겼다는 그녀는 고2 때 피아노로 진로를 정했다. 음악인이 없는 집안에서 가시밭길을 가겠다는 딸을 부모는 만류했지만, 비범한 재능과 피나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최고의 선생님을 직접 찾아나서고, 일본의 점자 악보를 수소문하는 열정으로 꿈을 이뤘다. 2000년 숙명여대 피아노과 일반전형에 수석 입학해 비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경쟁하며 새 길을 열어온 그녀는 "비장애인도 다 다르다. 이 다름을 무능하거나 부족하거나 이상한 걸로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 중요하다. 체육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일부러 노력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질 때, 장애, 비장애인들이 함께 하는 스포츠가 밥먹는 것처럼 당연한 일상이 될 때 진정한 어울림 스포츠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기 초기부터 장애인 스포츠 강좌이용권 활성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매년 장애인체육 예산 확대에 힘써온 그녀는 스스로 체육인이기도 하다. 동계체전 크로스컨트리 은메달, 바이애슬론 동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수영, 달리기도 잘하는 '강철 체력'이다. 요즘은 서울대에서 PT(퍼스널 트레이닝)로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생애 첫 10㎞ 마라톤 도전을 선언했다. 2월말 서울 뚝섬 고구려마라톤에서 감각을 예열한 후 동아마라톤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운동은 정말 너무 좋다.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보이고, 스트레스도 없어지고, 머리도 맑아지고, 건강이 좋아지는 걸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이 열혈 의원에게 새해 버킷리스트를 물었다. "올해 목표로 한 법안을 잘 챙겨보고 다 통과시키기, 장애인 관련 예산 더 확대하기 그리고 마라톤 10㎞ 도전, 필라테스 배우기"를 외쳤다. 피아니스트 의원님의 새해 소망, '절반'이 스포츠였다.
여의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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