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르르~ 찰싹’…산불에 사라진 강원도의 소리들

노형석 2023. 2. 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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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면 마냥 주저앉게 된다.

이제 세상에 없는 강원도 자연 속 생명체들의 모습이 그들이 남긴 소리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

그네들이 물살, 바람과 더불어 '스르렁 스르렁' '찌르르 찌르르' '차르르 차르르' 소리를 계속 낸다.

길이 14m의 대형 스크린에 작가가 지난 10여년간 강원도 춘천, 강릉, 동해의 산야와 냇가, 바닷가에서 찍은 각종 풀과 들꽃 등의 현장 동영상들이 생생한 서라운드 현장음과 함께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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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나겸 등 소장작가 7명 기획전
작가 홍나겸씨의 대형 미디어아트 영상 작품인 <솔라스탤지아>의 한 장면. 길이 14m의 길쭉한 와이드 스크린에 강원도 산야와 냇가에서 찍은 각종 풀과 들꽃 같은 식물과 동물의 모습이 생생한 현장음과 함께 펼쳐지고 있다. 노형석 기자

거기 가면 마냥 주저앉게 된다.

이제 세상에 없는 강원도 자연 속 생명체들의 모습이 그들이 남긴 소리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 강가에 수북하게 자란 갖가지 풀과 야생화들, 나무둥치와 줄기들, 그 사이를 날고 기어 다니는 곤충들. 그네들이 물살, 바람과 더불어 ‘스르렁 스르렁’ ‘찌르르 찌르르’ ‘차르르 차르르’ 소리를 계속 낸다. 질리지 않는다. 보고 또 보고, 들어도 들어도. 그렇게 착착 귀와 눈에 감기는 풍경들.

작가 홍나겸씨의 대형 미디어아트 영상 작품인 <솔라스탤지아>의 일부 장면. 길이 14m의 대형 스크린에 강원도 산야와 냇가에서 찍은 각종 풀과 들꽃 같은 식물과 동물의 모습이 현장음과 함께 펼쳐지고 있다. 노형석 기자

지난 연말부터 소장 작가 7명의 기획전 ‘어떤 삶, 어떤 순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 2층 안쪽에서 출품 작가 홍나겸씨의 대형 미디어아트 영상물 <솔라스탤지아>를 만나게 된다. 환경 변화 혹은 재앙에 따른 정서적 고통을 뜻하는 전시 제목에 ‘그리고 우리는 살아지고 우리는 사라지고’란 부제가 붙은 작품이다.

길이 14m의 대형 스크린에 작가가 지난 10여년간 강원도 춘천, 강릉, 동해의 산야와 냇가, 바닷가에서 찍은 각종 풀과 들꽃 등의 현장 동영상들이 생생한 서라운드 현장음과 함께 펼쳐지고 있다. 이상기후, 산불, 재개발로 모두 사라진 그 생명체들의 아릿한 상들을 되살린 이 작품을 두고 “하나뿐인 삶을 살아낸 모든 생명들에 대한 송시”라고 작가는 말한다.

엄유정 작 <두 사람>(2014). 노형석 기자

홍 작가 외에 강운, 박주애, 엄유정, 이성웅, 차현욱, 홍지윤 작가가 참여한 이 전시회는 각각의 개성적 시야로 포착한 삶의 순간과 시간들을 회화와 설치, 영상 등으로 풀어낸다. 험난한 시대에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무표정한 얼굴과 늘어지고 부풀려진 팔과 다리 등 색다른 형상 미학으로 표현한 엄유정 작가와 자기 주변 공간의 인상과 이야기를 환각적인 색과 선으로 표현한 차현욱 작가의 그림이 눈길을 붙잡는다. 12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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