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잇따른 수수료·대출 금리 인하 경쟁 왜?...윤 대통령 “은행은 공공재”

윤혜진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economy04@mk.co.kr) 2023. 2. 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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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DB)
시중은행들이 줄줄이 각종 수수료를 없애거나 줄이고, 대출 금리도 내리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힘든 금융 소비자와는 달리 은행은 16조원 이상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대통령까지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2월 10일부터 만 60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창구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체(송금) 수수료까지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1일부터 모바일뱅킹과 인터넷뱅킹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 타행 자동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 바 있다. 시니어 고객은 디지털 뱅킹에 익숙하지 않아 창구 이용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창구 수수료도 면제한다는 방침이다. 창구 송금 수수료는 금액에 따라 건당 600~3000원 정도 발생하는데, 이번 조치를 통해 약 25만명의 고객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KB국민은행도 1월 19일부터 모바일·인터넷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를 없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오는 8일, 10일부터 모바일·인터넷 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NH농협은행은 3월부터 모바일 뱅킹 이체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은행권은 취약 차주에 대한 지원도 늘리고 있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지난해 말 취약 차주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1년간 한시 면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신용·전세자금·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신용등급 하위 30% 대출자를 대상으로 1월 18일부터 중도상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하나은행도 1월 26일부터 ‘KCB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의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했다. KB국민은행 역시 2월 10일부터 신용평가사 5등급 이하 차주의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전액 받지 않을 예정이다.

아울러 은행권은 대출 금리도 낮추고 있다.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에 은행권의 가산금리, 우대금리 등을 더해 결정된다. 이에 은행들은 위험 가중금리인 가산금리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지난 2월 3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95∼6.89% 수준이다. 약 한 달 전인 1월 6일(연 5.08∼8.11%)과 비교할 때 상단과 하단이 각각 0.13%포인트, 1.22%포인트 하락했다. 기준금리는 인상됐지만, 시장금리는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특히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같은 기간 0.05%포인트(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떨어졌다는 점을 볼 때 은행권의 가산금리 조정으로 인한 대출 금리 인하폭이 더 크다.

은행권이 각종 수수료 면제, 금리 인하 혜택을 내놓고 있는 데는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적인 여론과 금융당국·정치권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임원회의에서 “금리 상승기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해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토록 하는 등 금리 산정 체계의 합리성·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했다. 이 원장은 또 “은행은 국민 대부분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서비스기 때문에 예를 들어 은행이 발생한 이익의 3분의 1을 주주 환원, 3분의 1을 성과급으로 한다면 최소한 3분의 1은 국민들 내지는 금융 소비자들에 대한 몫으로 고민을 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게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이후 토론회에서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이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지난해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이자 수익이 크게 늘어나면서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총 16조5557억원으로 예상된다. 2021년 순이익(14조5428억원) 대비 약 13.8%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은행에 대한 과도한 정부의 압박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업이 정부의 허가 산업인 만큼 어느 정도 공공성이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금리 산정부터 성과급, 배당, 사회공헌, 지배구조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건 과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윤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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