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손흥민의 '완전한 이름' 되찾는 길, 스피드를 의심하지 마라
오광춘 기자 2023. 2. 7. 07:0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강하게 튀어 오른다'라는 표현을 썼었다. 드라마틱한 모습으로 부진에서 벗어나면 정상 궤도 복귀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손흥민 에세이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손흥민은 2016년 12월 스완지시티전 득점을 이렇게 돌아봤죠. 두 달 넘게 득점이 없어 애를 태우다 골을 터뜨렸으니 얼마나 기뻤을까요. 축구 선수에겐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곱씹는 게 중요한데 당시 손흥민은 퍼거슨 감독의 그 말을 믿고 따랐습니다.
손흥민에게 맨체스터 시티전은 올 시즌 골을 못 넣고서도 좋은 평가를 끌어낸, 몇 안 되는 경기로 남았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설 게리 네빌은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손흥민은 이번 시즌 중 최고였다”면서 ”스파크를 다시 일으키는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 과르디올라 감독도 패인 중 하나로 손흥민의 돌파를 꼽았죠.
질주가 시원했습니다. 열린 공간을 거침없이 휘저으며 앞으로 전진하는 축구가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전반 1분, 수비까지 내려왔다가 역습 기회가 찾아오자 공을 몰고 내달렸던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죠. 페널티 지역 앞에서 상대에게 차단됐지만 상대를 뜨끔하게 만들었습니다. 후반 20분 역시 역습의 시작점은 손흥민이었죠. 페널티 지역 근처까지 공을 끌고 가서 왼쪽으로 달려오는 페리시치에게 패스한 장면까지, 흐름은 매끄러웠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전은 측면만 고집하지 않고 중앙의 열린 공간을 집중적으로 활용했다는 점, 그리고 수비에서 역습의 축을 도맡아 적극적으로 공격을 지휘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패스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활로를 개척한 부분까지. 뭔가 달라지기 위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올 시즌 페리시치와 동선이 겹치며, 정체된 움직임으로 어려움을 겪던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손흥민은 가장 잘 나갈 때는 가장 안 좋을 때를 되돌아보며 냉정해지고, 반대로 가장 안 될 때는 가장 좋을 때를 떠올리며 되살아날 길을 모색한다고 하죠. 지난달 29일 챔피언십(2부) 프레스턴 노스엔드와 FA컵 32강전이 반전의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아름다운 두 골은 손흥민의 '완전한 이름'을 각인시켰죠. 프레스턴 노스엔드전에선 골 감각을 예리하게 벼렸다면, 맨체스터 시티 전에선 시원한 질주 감각마저 되찾았습니다.
빠른 두 다리는 부진이 없다는 말이 있죠. 서른 하나, 손흥민도 그렇습니다. 속도의 축구는 그대로입니다. 2019년 12월 번리를 상대로 70m 정도를 달려서 골을 터뜨렸을 때 순간 스피드는 시속 34.4km까지 나왔습니다.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뽐낸 최고 속력은 시속 34.5km였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순간 스피드는 시속 34.4km를 찍었습니다. 손흥민은 '잘 하는 것'에서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힘을 찾고 있습니다. 힘차게 달리면서 '강하게 튀어오를'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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