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은행은 공공재” 발언 이어 금감원 “은행 이사회 운영 현황 실태 점검” [한강로 경제브리핑]

이강진 입력 2023. 2. 7. 07: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감독 강화에 본격 착수한다. 금융감독원은 각 금융회사 이사회가 견제·감시 기능을 잘하고 있는지 운영 실태 점검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감독 권한을 행사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1월30일) 발언에 발맞춰 감독 당국도 금융권 통제의 고삐를 죄는 듯한 모습이다.

사진=뉴스1
◆금감원 “각 은행 이사회와 최소 연 1회 면담…감시 기능 작동 여부 등 면밀히 점검”

금감원은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공공재 측면이 있는 은행의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해질 수 있도록 이사회 기능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감독 당국·이사회 간 소통 강화, 이사회 운영 현황에 대한 실태 점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를 포함한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소유 분산 기업)들의 지배구조 선진화 문제를 지적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은행이 독과점적으로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 때문에 (공공재 성격을) 강조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말씀하신 부분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구체적으로 각 은행 이사회와 최소 연 1회 면담을 하는 등 소통을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과 경영진 감시 기능 작동 여부 등을 면밀히 실태 점검하고, 필요하면 은행권과 협의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거수기’로 전락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의 ‘장기 집권’이나 ‘셀프 연임’의 들러리가 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사회의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지주와 은행 경영진 성과보수체계의 적정성도 점검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급 임원에 대한 성과급 규모가 최소 수억원이라는 것에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과실을 사회와 나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유동성 악화 시기에 당국과 타 금융권이 도와준 측면이 있는데 이를 오롯이 해당 회사와 임원의 공로로만 돌리기에 앞서 그런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공공재’ 논리를 내세우긴 했지만, 국내 주요 은행은 공기업이 아니라 주주가 있는 민간 기업이라는 점에서 ‘관치’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에 대한 개입이 오히려 이사회의 독립성을 해치고 정부 입맛에 맞는 의사결정을 유도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된 이사회에 감독 당국이 어느 선까지 관여할 수 있느냐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올해 3월 잇따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금융지주들의 사외이사가 대거 교체될 예정인데, 누가 발탁되느냐가 ‘관치’ 논란의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이 원장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감독 당국이 이사회를 개별적 현안 중심으로 접촉하며 입장을 전달했다면 저희는 이사회 면담을 정례화·구체화한다는 것”이라며 과거 ‘관치’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낙점된 것에 대해 이 원장은 “이사회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감독 당국이 바라는 건 이사회라든가 승계 절차 모범은 내부가 됐건, 외부가 됐건 충분한 기준으로 다양한 풀(Pool)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새로운 회장 후보께서 더욱 건강한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체계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다만,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회장 선임 절차 등이 글로벌 기준에 비춰 미흡한 측면이 있는 만큼 승계 절차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등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AP연합뉴스
◆마이크로소프트에 구글도 참전한 대화형 AI 시장…투자 심리도↑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 수준의 문장력을 구사하는 데다 세계 최대 검색포털 구글까지 대화형 AI 경쟁에 참전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관련주에 미래를 걸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5개 종목 중 4개는 챗GPT 관련주였다. 상승률 1위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코난테크놀로지로 2만8250원이었던 주가는 10만4200원으로 269% 급등했다. 코난테크놀로지는 AI 솔루션 기업으로 자체 개발한 AI를 사용해 인간의 언어와 영상 속 의미·의도를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챗GPT 소식에 AI 테마주로 묶이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가장 많은 매수세를 보였다.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은 보인 종목은 오픈엣지테크놀로지다. 지난달에만 134% 상승률을 기록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AI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지식재산권(IP)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AI 반도체를 각 사업에 맞게 특화하는 수요가 많아질 것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았다. 이외에 레인보우로보틱스(127%), 셀바스AI(122%), 알체라(111%)가 급등주 톱5에 올랐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서비스 로봇주로 삼성전자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매수가 몰렸고, 셀바스AI와 알체라는 챗GPT 관련주에 묶인 AI 테마주다.

최근 마켓컬리와 케이뱅크가 상장 계획을 철회하며 빙하기가 온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AI 관련주는 예외였다. AI·데이터 전문기업 오브젠은 지난달 30일 상장 첫날 공모가(1만8000원)의 2배인 3만6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4만6800원 상한가로 거래를 마쳐 ‘따상’(공모가의 2배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했다. 같은 달 27일 상장한 반도체 유통업체 미래반도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따상이었다.

지난해 12월 챗GPT 공개와 동시에 미국 법학전문대학원 시험과 의사면허 시험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외 AI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챗GPT에 난해한 질문을 해본 누리꾼들의 후기가 공유되는가 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챗GPT가 풀게 하는 실험이 한 대학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네이버가 한국어 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챗봇인 ‘서치GPT’ 공개를 예고했고, 한국투자증권은 AI기반 리서치 서비스 ‘AIR(AI Research)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는 등 국내 기업의 AI 활용 시도도 활발하다.

하지만 국내 AI 종목이 어디까지나 테마주인 만큼 리스크를 항시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관련 시장이 클 거라고 보고 있지만 주가가 많이 오른 것도 사실이고 테마성 투자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며 “AI는 우리나라가 선도하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 중심으로 ETF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에 설치된 예·적금 금리 현황판. 연합뉴스
◆물가 상승 따라가지 못한 예금 금리…실질금리 2년 연속 ‘마이너스’

예·적금 실질금리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급격한 물가 상승을 금리가 따라잡지 못해 은행에 예금을 맡겨도 돈의 가치가 오히려 하락하는 셈이다. 

한국은행 및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성 수신금리(2.77%)에서 물가상승률(5.1%)을 뺀 실질금리는 -2.33%를 기록했다. 

예·적금 실질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마이너스 폭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996년 이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해는 2011년(-0.31%)과 2017년(-0.34%), 2021년(-1.42%), 2022년(-2.33%) 네 차례뿐이었다.

은행에 예·적금을 새로 들었다면 물가 상승분만큼도 이자를 받지 못해 실질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예·적금 금리가 상승했으나 고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상승률이 실질금리를 대폭 후퇴시켰다. 대표적 명목금리인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연 2.77%로 2012년(3.43%)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1% 상승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올해도 고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마이너스 실질금리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전월(5.0%)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6%로 제시했는데,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예·적금 금리는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금리는 이미 3%대 중반 수준으로 내렸고, 인터넷 은행도 연 4%대 초반으로 금리를 큰 폭으로 내렸다. 저축은행 평균 정기예금 금리도 연 4.49%로 지난해 11월 말(연 5.53%)보다 1.04%포인트 하락했다.

은행의 자금 조달 방법인 은행채 금리 등 시장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예금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예·적금에 몰렸던 자금도 이탈하는 추세다. 1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12조2500억원으로, 지난해 11월 말(827조2986억원) 정점을 찍은 뒤 두 달 새 15조원 넘게 줄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