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국립공원 지정 초읽기... 산악계 "탐방로 다 막힐라"

서현우 2023. 2. 7.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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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갓바위. 영험한 기도처로도 유명하다.

팔공산이 올해 상반기 안에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지난 12월 29일 경북지역 주민공청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이제 2월 중 대구지역 주민공청회만 남겨두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구지역 주민들은 그간 경북지역에 비해 팔공산국립공원 지정에 호의적이었기에 큰 난항은 없을 것 같다고 한다. 공청회가 끝나면 2월 9일까지 주민의견을 받고, 국립공원위원회를 개최해 검토한 후 2023년 상반기내로 최종 고시 절차가 마무리된다.

10년 전부터 국립공원 지정 노력

팔공산국립공원 지정 시도는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대구 경북지역 60여 개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2012년 7월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팔공산 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대한 불안으로 반대에 나서면서 흐지부지된 바 있다. 대구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당시 팔공산도립공원의 28% 면적인 대구 방면 주민은 찬반이 5:5로 갈렸고, 나머지 경북지역 주민들은 거의 반대했다"고 전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팔공산국립공원 내 사유지 비율은 71.3%로 추산된다고 한다. 소유자는 모두 2,531명이다.

팔공산국립공원 지정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4년 전이다. 2019년 대구 달서구 병 당협위원장이었던 강효상 전 국회의원은 환경부 조명래 당시 장관에게 팔공산국립공원 지정을 촉구했다. 이에 환경부는 연구용역을 발주해 팔공산국립공원 승격을 검토했고, 3년에 걸쳐 관계부처가 팔공산국립공원 지정 및 공원계획안을 마련했다.

국립공원공단이 발표한 공원계획안에 따르면 팔공산은 전국 최상위 수준의 자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22개 국립공원의 평균 생물종 수가 4,892종인데 팔공산은 8번째 수준인 5,296종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자연경관은 77개소로 7번째(평균 66개소), 문화경관은 91개소로 2번째(평균 42개소)로 많다. 연평균 탐방객 수도 392만 명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북한산국립공원에 이어 3번째로 많다. 2015년 국립공원공단 자체 연구에서 팔공산이 국립공원 지정 타당성 1순위로 꼽힌 이유다.

팔공산 공원구역 내 법정보호종인 삵, 수달, 담비, 붉은박쥐, 하늘다람쥐 분포 현황. 

국립공원 되면 사유지 매수 수월해져

국립공원공단의 대구 및 경북 시·도민 대상 인식조사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72.3%는 찬성 의견이었다. 또한 이해당사자인 지역거주민은 58.1%가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단 사유지 소유자들은 반대 비율이 더 높았다. 반대가 49.1%, 찬성은 37.9%였다. 국립공원이 되면, 도립공원이던 때에 비해 더 많은 제한이 따를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이번 국립공원 지정 시도가 급물살을 탈 수 있었던 건 이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토지 소유자들과 여러 차례 만나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더라도 어차피 도립공원 시절과 똑같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관리되기 때문에 규제가 더해지진 않는다는 점, 도립공원 상태에선 못 하는 사유지 매수 정책이 국립공원이 되면 수월해진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한 국립공원 지정 후 공원구역 확대를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공원 구역은 현 도립 경계와 동일하게 추진하며 일부 공유지만 편입하고, 오히려 보전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은 공원구역에서 제외할 방침이란 사실도 알렸다고 한다.

팔공산국립공원 공원시설계획안. 기존 30개의 탐방로와 12개의 등산로가 국립공원이 되면 탐방로로 명칭이 통일되면서 미조성 탐방로 1개는 제외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는 있다. 팔공산국립공원 승격 반대위원회에 따르면 2,500여 명의 지주 중 200명 내외가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한다. 국립공원 승격에 관한 내용에 대한 공유도 미흡했고, 반대 의견과 요구 사항에 대한 답변도 없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대구 산악계에서도 국립공원 지정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역 산악운동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식 대구산악연맹 이사는 "먼저 국립공원이 되면 탐방로가 다 막힌다. 201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백산도 기존에 있었던 많은 등산로들이 비법정탐방로로 묶였다"며 "또한 아무 제한 없이 등반할 수 있었던 팔공산 암장들도 다른 국립공원 암장처럼 허가제가 되면 이용이 매우 불편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립공원공단이 고시한 공원계획안의 공원시설계획에 따르면, 기존 도립공원탐방로 30개, 등산로 12개 총 42개가 국립공원으로 바뀌면 탐방로 41개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와 있다. 또한 최 이사는 "지역 산악인들이 개척해 다니던 리지 코스나 능선 워킹 코스도 못 가게 막을 것 같다"고 염려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팔공산은 대구광역시 및 경상북도로 구분된 2개의 공원관리청에 의해 이원화되어 관리되고 있어 체계적인 공원 관리가 미흡한 실정"이라며 "국립공원 승격을 통해 선도적인 생태계서비스 기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국립공원 지정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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