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發 후폭풍에 미국은 파산…국내 기업은 '돈' 묶인 피해자 살렸다

박현영 기자 2023. 2. 7. 06: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팍스·컴투스 등 'FTX 직격탄' 맞은 기업들, 피해자 구제 성공
파산 신청한 해외 기업과 대비…강화된 규제 등 영향
바이낸스와 고팍스의 로고.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한 이른바 'FTX 사태'로 피해를 본 국내 기업들이 사실상 피해자 구제에 모두 성공했다.

FTX 사태의 여파로 예치 서비스 고객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했던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는 투자를 유치했고, 투자자들의 자금이 FTX에 묶인 컴투스는 자체 준비금으로 구제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FTX 사태로 피해를 본 해외 기업들이 피해자를 구제하지 못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고팍스, '구원투수' 바이낸스로 '고파이' 살렸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FTX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던 고팍스와 컴투스 모두 피해자 구제책을 마련하며 급한 불을 껐다.

우선 고팍스는 지난 3일 바이낸스와 산업회복기금(IRI)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투자금에는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에 묶인 고객 자금이 포함됐다.

고팍스는 그동안 미국 가상자산 대출 업체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을 통해 고객 예치 자금을 운용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제네시스 캐피탈이 FTX 사태의 여파로 상환을 중단하면서, 고팍스도 고파이에 예치된 고객 자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고팍스 역시 FTX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이후 고팍스는 3개월 간 고파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총력을 다했다. 바이낸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협상을 지속하며, 투자금에 고파이 원리금 및 이자를 모두 포함하는 방향으로 설득해왔다.

이에 바이낸스는 자체 마련한 산업회복기금을 통해 고팍스를 돕기로 했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테라 사태, FTX 사태 등으로 위기에 처한 블록체인 업계 혁신기업들을 돕고자 생태계 기금을 마련한 바 있다.

이렇게 투자받은 금액으로 고팍스는 고파이 예치금 출금을 재개하기 위한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고팍스 측은 "예치 자산의 출금을 재개하기 위한 모든 절차는 통상적인 행정 절차 소요 기간을 감안하면 2023년 3월 말 경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 고객 불안을 해소하고자 일부 금액은 행정 절차가 완료되기 전인 2월 중순에 출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고팍스는 지난해 11월 21일까지 접수된 고파이 출금 신청 건들은 2월 중순 이내에 일괄적으로 출금 처리할 예정이다.

만기가 정해진 고정형 상품은 원리금과 지연된 이자를 함께 지급한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자유형 상품은 현재도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고팍스 관계자는 "동종 업계의 비슷한 사례들과 비교했을 때, 원리금뿐 아니라 이자까지 모두 지급하며 피해자를 구제한 사례는 사실상 없다"며 "3개월 동안 고파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산업회복기금을 통한 투자에 지분 취득이 포함되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동안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바이낸스가 상당 규모의 고팍스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한국 시장에 재진출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고팍스 관계자는 "지분 취득 등 투자 이외의 상황에 대해서는 추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라면서도 "발표 예정 시기는 현재로선 언급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컴투스, '자체 물량' 꺼내 피해자 구제

FTX 사태로 피해를 본 또 다른 국내 기업으로는 컴투스가 있다. 가상자산거래소공개(IEO)를 통해 FTX에서 코인 판매를 진행했던 컴투스는 회사 차원의 피해가 있음에도 불구, 투자자들을 우선 구제했다. 자체 보유한 코인 물량을 통해서다.

컴투스의 가상자산 프로젝트 엑스플라는 FTX에 자산이 묶인 투자자들을 위해 약 133억원규모의 코인을 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엑스플라는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FTX 투자자 구제안' 투표를 진행, 해당 투표에서 투표율 75.32%, 찬성 100%를 기록했다.

통상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은 코인 보유자 및 노드(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투표로 생태계의 주요 사항을 결정한다. 엑스플라는 재단 보유 물량으로 FTX에 자금이 묶인 피해자들을 구제해주는 방안을 제시한 후, 피해자들이 각각 얼마 만큼의 코인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보유범위 조사'도 실시했다. 이후 구제안을 최종 채택하기 위한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가 통과되면서 엑스플라 코인 1960만개는 준비금용 지갑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동된 물량은 FTX에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을 구제하는 데 쓰이며, 누구나 준비금 물량 상황을 블록체인 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엑스플라 측은 밝혔다.

엑스플라 측은 "모두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런 결과가 가능했던 것은 엑스플라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고통에 공감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외와 대비되는 행보…국내 규제환경 등 영향

국내 기업들의 이 같은 구제책 마련은 해외 기업들과 대비되는 조치다. 일례로 FTX 사태로 큰 손해를 본 제네시스 캐피탈은 모회사까지 미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상태다. 채권자들의 돈은 여전히 묶여있으며 부채는 최대 100억달러에 달한다.

가상자산 업계는 최근 국내 금융당국의 규제가 더욱 강화된 점, 국내의 경우 투자자 커뮤니티의 입김이 센 점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고팍스는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DAXA, 닥사)에 가입된 5대 원화마켓 거래소 중 하나로, 닥사는 지난해 '테라 사태' 이후 국회 및 금융당국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조직이다. 거래소별로 상장 폐지 시점이 다른 데 대해 국회가 책임을 묻자, 거래소들끼리 이를 논의하기 위한 단체를 조직한 것. 닥사 소속 거래소가 강화된 규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컴투스 또한 상장사이자 대형 게임사로서 금융당국은 물론 투자자 커뮤니티와 주주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FTX에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의 불만을 인지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거래소는 물론 개별 가상자산 프로젝트까지 금융당국의 입김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FTX 사태 같은 '사고'로 인한 것이더라도, 투자자 보호에 실패했다는 책임을 물을 수 있기에 더욱 빠르게 대응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hyun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