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가해자가 감형을 쇼핑한다"…시장으로 간 성폭력 [신간]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3. 2. 7.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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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10년대 중반 지하철 교대역에 걸린 어느 법무법인의 광고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해당 광고판은 여러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해 철거됐지만 이른바 가해자 중심의 '성범죄 전담법인'은 점점 늘어만 갔다.

이보다 큰 문제는 꼼수 감형 등 가해자 지원 시장의 거래가 성범죄 가해자를 법시장의 합리적 소비자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라고도 저자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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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가해자 전담 법무법인의 등장과 현황을 심층 분석
시장으로 간 성폭력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아동성추행, 강간 범죄, 기타 성범죄…부당한 처벌을 무죄, 불기소, 집행유예로 이끕니다"

저자는 2010년대 중반 지하철 교대역에 걸린 어느 법무법인의 광고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해당 광고판은 여러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해 철거됐지만 이른바 가해자 중심의 '성범죄 전담법인'은 점점 늘어만 갔다.

신간 '시장으로 간 성폭력'은 이같은 성범죄 가해자 지원산업의 현황을 심층적으로 파헤쳤다.

저자는 성폭력 피해자·여성단체 활동가·변호사 등의 심층 인터뷰와 현장 연구를 통해 △성범죄 가해자 지원산업의 등장과 확장 △가해자 지원산업의 성장에 따른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 변화 △성폭력 담론의 재구성 과정 등을 여러 측면에서 살폈다.

'성범죄 전문' 검색 결과

이제 인터넷에서 '성범죄 전문 변호사'를 검색하면 연관된 법무법인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성범죄 전담법인이라 자처하는 법인들의 누리집에는 해당 법인의 변호사를 선임해 성폭력 가해자가 무죄를 받거나 낮은 형량을 받았다는 후기가 '성공 사례'라는 이름으로 게시돼 있다.

몇몇 법인은 전직 대법관·대학 총장·부장판사·검사 등 고위 인사를 자문위원으로 임명하고 한 달 홍보비를 1억 원 이상 쓰는 등 인맥을 관리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법조계에선 성폭력 가해자 변호를 그 어느 범죄보다 돈이 되는 분야로 선호하는 실정이다.

이미 성폭력 가해자의 법적 대응 과정은 수임료가 높더라도 승소율이 높고 성공 후기가 풍부한 업체를 선택하면 이길 수 있는 것으로 인식돼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장이 형성됐다.

시장으로 간 성폭력

성범죄 가해자 전담법인은 양형의 감경요소 중 '진지한 반성'에 주목했다. 이들은 '감형을 위한' 반성을 만들어냈다. 대표적 방법은 반성을 명목으로 사회봉사단체나 여성단체에 후원금을 기부한 후 영수증을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다.

일례로, 어느 성범죄 자문업체가 55만 원에 제시한 패키지 상품은 △반성문 2부 △탄원서 2부 △근절서약서 1부 △심리교육수료증(3일) △상담사의견서(3일) △소감문 등으로 짜였다.

해당 상품은 해당 업체에 방문이나 상담받지 않더라도 온라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상품들이 법정에서 성범죄 가해자의 감형 사유로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다시 말해서, 피고인의 반성 및 뉘우침을 양형의 요소로 고려하는 관행으로 인해 감형 컨설팅 및 반성문 대필 업체가 난립했고, 가해자의 반성이 형식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

저자는 이런 '꼼수 감형'이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며,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큰 문제는 꼼수 감형 등 가해자 지원 시장의 거래가 성범죄 가해자를 법시장의 합리적 소비자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라고도 저자는 주장했다.

책은 김보화 젠더폭력연구소 소장이 자신의 2021년 박사학위 논문 '성폭력 사건 해결의 법시장화 비판과 성폭력 정치의 재구성에 관한 연구'를 다듬은 내용이다.

◇ 시장으로 간 성폭력/ 김보화 지음/ 휴머니스트/ 2만10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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