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놀이기구 타는 듯… 높이 날면 무섭지만 재밌어”

정필재 2023. 2. 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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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날아오르는 건 무섭지만 정말 재미있어요. 마치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고 나면 더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과 똑같아요."

보기만 해도 아찔한 묘기를 선보이는 스포츠 종목들을 익스트림 스포츠라고 한다.

X게임은 익스트림 스포츠의 올림픽과 같은 대회다.

X게임 스노보드는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인 '하프파이프'보다 더 큰 '슈퍼파이프'를 활용해 연기를 선보이는 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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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천재 스노보더 최가온
슈퍼파이프 활용 스노보드 연기
‘X게임’서 韓 최초·최연소 우승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보드 타
친언니·오빠보다 잘 타려 노력
공중에서 900도 회전하는 기술
‘스위치 백나인’ 가장 자신 있어”
3월 익스트림 대회 듀 투어 출격

“높이 날아오르는 건 무섭지만 정말 재미있어요. 마치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고 나면 더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과 똑같아요.”

보기만 해도 아찔한 묘기를 선보이는 스포츠 종목들을 익스트림 스포츠라고 한다. 스노보드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이제 태어난 지 14년3개월밖에 되지 않은 소녀가 스노보드와 함께 겁 없이 하늘 위로 솟았다 빙글빙글 돌며 미끄러져 내려오길 반복했다.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에 최가온(15·세화여중)은 그렇지 않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최가온이 지난 1월 29일 미국 콜로라도주 애스펀 버터밀크 스키리조트에서 열린 2023 X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댓스포츠 제공
최가온은 지난달 29일 미국 콜로라도주 애스펀 버터밀크 스키리조트에서 열린 2023 X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X게임은 익스트림 스포츠의 올림픽과 같은 대회다. 우리나라 선수가 X게임에서 우승한 건 최가온이 처음이다.

여기에 최가온은 클로이 킴(23·미국)이 세웠던 X게임 최연소 우승 기록을 6개월 앞당겼다. 한국 교포인 클로이 킴은 평창올림픽에 이어 베이징 대회에서도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다.

X게임 스노보드는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인 ‘하프파이프’보다 더 큰 ‘슈퍼파이프’를 활용해 연기를 선보이는 종목이다. 기울어진 원통형 슬로프(파이프)에서 경기해 붙은 이름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노보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초대되는 X게임은 하프파이프보다 고난도 연기가 가능하다. ‘스노보드 천재 소녀’ 최가온 등장으로 우리나라도 설상에서 첫 올림픽 금메달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최가온은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아직도 X게임 우승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기뻐했다. “스노보드를 타면서 X게임만 바라봤거든요. X게임 초청 메일을 받고 꿈만 같았어요. 사실 설렘 반, 걱정 반이었죠. 다른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제가 연습한 대로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조금 있었지만 우승까지 할 줄 몰랐죠.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어린 나이에도 최가온에게선 큰 무대에 대한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회가 아니라 훈련을 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경기가 시작되기 전 스트레칭도 하고요. 화장실도 꼭 다녀온답니다. 그래야 몸이 가벼워지거든요.”
최가온이 지난 1월 29일 미국 콜로라도주 애스펀 버터밀크 스키리조트에서 열린 2023 X게임에서 고난도 점프를 선보이고 있다. 올댓스포츠 제공
2008년 11월 4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최가온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보드를 타셨던 아빠가 9살이던 언니와 8살 오빠에게 보드를 사주셨고 저에게는 어리다며 스키를 선물하셨어요. 왜 저만 스키냐고 울먹였죠. 그러니 아빠가 제 키보다 10㎝ 더 큰 보드를 사주셨어요. 전 언니, 오빠보다 더 잘 타고 싶어서 열심히 했었죠.”
가장 자신 있는 기술로는 “스위치 백나인”이라고 말했다. 이 스킬은 스위치 상태로 공중에서 900도를 회전하는 기술이다. 최가온은 이번 대회에서 스위치 백나인을 성공시켰다. 최가온을 제외하면 이 기술을 선보인 여자 선수는 아직 없다.
최연소 X게임 우승자라는 기록을 쓴 최가온을 향한 기대도 높아졌다. 하지만 최가온은 뚜렷한 성적을 내기보다 즐기면서 보드를 타고 싶다고 말한다. “유명해지고 싶어서 스노보드를 탄 게 아니라 좋아서 시작했어요. 누군가 저에게 기대한다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고, 누구의 기대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준비한 것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처럼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보드를 타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최가온은 다음달 미국 콜로라도주 코퍼마운틴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익스트림 대회 듀 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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