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이사회 정조준한 금감원…검사·소통 강화로 지배구조 견제
기사내용 요약
지배구조 견제 위해 이사회 적절한 역할 필요하다는 판단
이사회 구성 적정성 및 감시기능 작동 여부 등 실태점검
은행별로 연 1회 이상 정례면담…또다른 관치 우려도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금융회사를 비롯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금융사 이사회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소유분산기업에서 최고결정권자인 CEO를 내부에서 견제할 유일한 장치나 다름없는 이사회에 대한 감독을 강화함으로써 지배구조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서 은행지주 및 은행의 지배구조 구축 현황과 이사회 운영의 적정성 등에 대한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원장은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회장선임 절차 등이 글로벌 기준에 비춰 미흡한 측면이 있는 만큼 승계절차의 공정성, 투명성 제고 등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경주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은행 등 금융회사 이사회와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 이사회 운영현황에 대한 실태점검을 추진해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이 이사회를 겨냥하고 나선 것은 은행지주나 은행의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 강화를 위해서는 이사회의 적절한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사회의 CEO 감시·감독 기능이 사실상 유명무실해 감시와 견제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인 은행지주나 은행의 이사회는 경영전략과 내부조직 및 지배구조, 리스크관리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기구로 기능을 하고 있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와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이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감원은 공공재 측면이 있는 은행의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이사회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 원장은 금융사 CEO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의 역할을 수차례 강조해 온 바 있다.
이 원장은 지난해 11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국제기준에서도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사회는 은행의 경영전략과 리스크 정책을 승인하고 경영진이 이를 잘 집행하는지 감시하며 건강한 조직문화와 강력한 통제환경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인 CEO가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따라 기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이사회가 실질적인 CEO 통제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지론인 셈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이나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은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고 거기에서 만들어진 지배구조와 경영진이 경영활동을 하게 되면 기업과 우리 사회의 비용과 수익을 서로 일치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며 금융회사를 비롯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금감원의 이사회 기능 강화는 크게 이사회에 대한 점검 강화와 소통 정례화가 핵심이다.
금감원은 은행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기능 작동 여부 등에 대해 면밀한 실태점검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금감원의 금융사 검사에서 이사회 구성이나 운영은 참고 사안 정도였지만 이제는 정기검사시 주요 점검 항목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일부 금융지주에서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참호를 파고 '셀프 연임'이 가능토록 판을 짰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금감원이 이사회 점검에 나설 경우 사외이사 등의 선임 적정성과 안건 찬성률을 비롯한 CEO 견제 기능, 이사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경영진의 노력 정도 등을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장은 업무계획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 과거 이사회 운영과 관련해서 경영진과의 친소 관계에 따른 이사회 장기 잔류나 안건 승인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기능을 할 수 있으려면 복잡다단한 금융지주의 개별 이슈들을 잘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과 사회성이 준비돼 잇는 분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그것은 이사회의 개인들에 대한 문제로만 치부할 것은 아닌 게 경영진이나 이사회 사무국이 충분하게 이사회에게 중요 현안을 적시에 보고하고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다"며 "단지 사람을 누구로 하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전체 시스템이 잘 흘러갈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함께 고민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은행권 이사회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이사회 기능 제고를 위한 개선 방안 마련도 염두에 두고 있다.
개선 방안에는 ▲사외이사 지원체계 강화(지원 인력·조직 강화, 경영승계시 검증체계 표준안 마련, 사외이사 평가체계 개선) ▲이사회 독립성·전문성·다양성 강화 방안 ▲경영실태평가 평가항목 반영 등이 담길 전망이다
금감원은 은행 이사회와의 정례적인 직접 소통도 계획하고 있다. 은행별로 최소 연 1회 이상 직접 면담을 실시함으로써 금융시장 현안과 각사별 리스크 정보를 공유하고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등 국제기구에서도 감독당국과 은행 이사회 간 정기적인 교류를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금감원은 필요시 개별접촉이나 금감원장과 이사회 의장단 간 간담회 등의 비정기적 접촉은 하고 있다.
다만 미리 잡아놓은 소통 일정이라고 하더라도 금융현안과 맞물려 민감한 시기에 접촉이 이뤄질 경우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만큼 실무자, 고위급 등으로 접촉 레벨을 다양화해 제도화·정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예를 들면 금융사 중점 검사를 하기 전에 이사회에다가 '최근에 이런 실패 사례가 있으니 이사회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는 등 여러가지 유의미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것들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올해에만 끝나지 않도록 정례하는 노력을 하려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사회에 대한 점검 강화와 함께 면담을 정례화하는 것은 또 다른 관치(官治_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태점검으로 이사회 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정례적인 면담은 금융당국의 입김이 금융사에 전달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사실은 관치 논란까지 벌어지면서 이렇게 이슈화가 된 만큼 차라리 공론화를 시켜서 제도화가 필요한 부분은 제도화를 하고 제도로는 안 될 부분은 사회적 담론을 형성해서 논의의 장을 마련하자는 생각도 있다"며 이사회 기능 점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이사회 면담과 관련해 과거 권위주의 시대 때는 이사회 등을 (비정기적으로) 접촉하면서 개별적 현안 중심으로 감독당국의 입장을 전달했다면 저희는 그냥 이사회와의 면담을 정례화하고 구체화하자는 것"이라며 "올해의 감독 방향을 이사회에 전달하고 살펴봐 달라고 하면 사전적으로 문제가 예방될 수 있고 내부통제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사회와 소통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사회와의 소통 내용을 아예 공표를 하거나 공개를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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