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융권 CEO '셀프 연임' 제동 본격화…이사회에 힘 실린다

서상혁 기자 2023. 2. 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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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이달 중 관련 TF 구축…금융지주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방안 담길 듯
"기관투자가, 제 목소리 내야" 지적도…금융권은 "관치 시도 합리화" 반발
금융위원회 깃발 (금융위원회 제공) 2021.4.14/뉴스1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최근 주요 금융지주 회장단이 모두 교체된 가운데, 최고경영자의 '셀프 연임'을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손질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간 CEO들의 '셀프 연임'을 가능케 했던 배경으로 '거수기 이사회'가 지목되는 만큼,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월 중 관련 TF를 꾸린다.

금융감독원도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적정성과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이사회와 주기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이전보다 힘을 실어줄 방침이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을 명분으로 삼아 '관치'를 정당화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사회 제도보다 '주주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 내부통제 제도 개선 TF를 확대 개편하는 식이다. 당국은 2020년 6월 정부가 발의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지배구조법개정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비롯해 소유분산 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강조한 데 따른 조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돼야 한다"며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건 '관치'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방향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힐 전망이다. 횡령 등 금융사고에도 불구하고 거수기 이사회 덕분에 무리없이 연임에 성공해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CEO가 사외이사 '활동평가'에 참여하는 등 사외이사의 재선임에 영향을 미치는 현재 구조에선, 사외이사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발의한 지배구조법개정안도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금융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위원의 3분의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하고, 위원 본인을 후보로 추천하는 결의엔 참석과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임추위 결의에 대표이사의 참석과 의결권 행사도 금지한다.

금감원도 이사회에 당근과 채찍을 꺼내 들기로 했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지주 지배구조 현황과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한편으로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사외이사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이사회 면담을 정례화해 현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사회 사무국 조직 확충을 비롯해 이사회 기능을 키우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권 지배구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금융지주 회장의 영향력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사회의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그리고 이사회의 독립성이 깨졌을 때 어떻게 조치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만큼이나,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환경이 갖춰지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 보험회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상장 금융회사의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주인인 기관투자가들이 목소리를 내야 이사회가 움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가들이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일종의 '행동 지침'이다. 금융위원회도 새해 업무 계획을 통해 주주 활동 공시 강화 등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제도 손질 방침에 금융권에선 '관치 합리화'라고 토로한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 등 소유분산 기업은 여러 주주가 '주인'인 기업을 일컫는 말이지 이들을 '주인없는 기업'이라고 부르는 건 맞지 않다"며 "'주인 없는 기업'이라고 지칭하는 행위 자체가 관치를 시도하려는 뜻 아니겠나"고 지적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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