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서루 고려 때부터 문화 명소 삼척부 관기 위상 재평가 해야”

김여진 2023. 2.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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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문 시리즈-바위에 새긴 문학
⑧ 삼척 죽서루 관기 ‘완사계’
고려시대 제명기 발굴·문헌고증
관기 중심 노래와 춤 발달 기록
관동지역 연희 문화 연구 뒷받침

고려시대에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암각문이 삼척 죽서루 부근에서 새로 발견됐다.

해동암각문연구회 강원도암각문조사단은 삼척 오십천 죽서루 암벽에서 고려시대 관기 이름 ‘완사계(浣沙溪)’를 쓴 암각문을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고려시대부터 삼척이 관동지역의 대표 명승지로서 ‘악무(樂舞)’로도 유명한 문화적 명소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기록이어서 주목된다. 이 일대에서 고려시대 암각문을 처음 발견한데다 문헌과 암각문이 일치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연대가 확실한 자료의 첫 발견이기도 하다. 삼척 죽서루를 중심으로한 관동지역 관기 문화가 고려시대부터 폭넓게 형성됐었다는 점을 알려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조사단(강여희·김진호·정의종)이 확인, 홍순석 단장(강남대 교수)이 검증한 이번 암각문은 죽서루 일대에서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특히 기존의 문헌에서 검증할 수 있어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된다. ‘완사계’라는 이름이 ‘진주지-기류(妓流)조’에 고려시대 관기로 기록돼 있고, 목은 이색의 부친 이곡(李穀·1298~1351)의 ‘가정집(稼亭集)’에도 그와 관련한 일화와 시가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이곡은 1349년 8월 금강산 유람등 관동팔경을 두루 탐방하며 ‘동유기(東遊記)’를 남겼는데 이중 “9월 12일 삼척현에서 유숙했다. 이튿날 죽서루에 올라 오십천을 마음껏 살펴봤”는 부분이 나온다. 또 그가 ‘진주 신임 기녀의 이름으로 지은 사(진주신기명사·眞州新妓名詞)’의 일부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客路春風醉不歸(객로에 봄바람 만나 취해도 돌아가지 못해) / 笙歌緩緩夜遲遲(생황 노래소리 느릿느릿 밤은 길고 길기만한데 ) / 竹西樓逈月參差(죽서루 저 멀리 달빛 그림자는 들쭉날쭉)”

죽서루에서 지낸 이곡은 여기서 만난 기녀의 독특한 이름을 듣고 한시를 지은 것으로 보인다. 시 밑에 ‘완계사(浣溪沙)’라고 적혀 있어 기녀 이름에서 중국 당나라 교방가곡을 연상, 시로 썼음을 알려준다.

2017년부터 강원 영동지역 암각문을 조사중인 조사단은 2019년 죽서루 암반에서 정매길 시조를, 2020년 ‘실즉씨’로 시작하는 8구의 사설시조를 발굴한 이후 죽서루 주변 암각문을 계속 조사하며 관련 문헌을 고증해 왔다. 그 결과 지금까지 죽서루와 오십천 적벽에 산재한 암각문 중 삼척부 관기의 제명기가 9건, 시조 작품이 2건이나 발굴됐다.

삼척도호부 관기 ‘명창 정옥(名唱正玉)’, ‘떠나는 송월(松月)’을 비롯해 죽선(竹仙)·화선(花仙)·두원홍(杜元紅)·송월(松月) 등의 제명기가 죽서루 주변의 암반과 오십천 적벽에서 확인됐다. 권섭의 ‘해산록(海山錄)’을 통해 이외에도 죽서루 주변에사군석(使君石)·금석(琴石)·무석(舞石)·(가석歌石) 등의 암각문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죽서루에서 당시의 악생(樂生)·악공(樂工) 등 음악하는 이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음을 알려주는 현장 자료다. 이같은 연희의 규모가 매우 컸을 것이라는 점은 삼척부 관내에 기녀들이 머무는 곳이 설치돼 있고, 악생樂生과 악공樂工이 배속돼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고려 말기의 학자 안축은 ‘관동별곡’에서 오십천 죽서루에서 ‘훌륭한 손님을 맞이하고 보내는 광경’을 팔경 중 하나로 꼽고, 손님을 접대하는 악무도 으뜸으로 평했다.

홍순석 단장은 “삼척부 관기들과 관련한 암각문을 정밀 조사, 그들의 역사적·예술적 위상을 높이도록 심도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당시 최고로 꼽혔던 삼척지역 연희 문화에 대한 연구로 이어가는 등 죽서루의 문화콘텐츠 개발을 위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원도 강릉과 삼척 등이 기류문학의 산실로 꼽히고 있는만큼 국립국악원 등 국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관련 전통문화 연구를 이어간다면 지역문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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