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거장의 열정, 영혼 교감하며 객석 일으키다

김진형 2023. 2.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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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정경화의 연주는 언제나 주저함이 없다.

프로그램 노트에는 브람스곡이 첫 번째, 그리그의 곡이 두 번째로 예정돼 있었으나 실제 연주 때는 순서를 바꿨고 이 결정은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증명했다.

정경화는 첫 몇 마디를 연주한 이후 문제가 생겼는지 잠시 무대를 벗어났다.

정경화는 2018년 같은 장소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이 곡을 함께 연주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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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경화·케빈 케너 듀오공연브람스·그리그·프랑크 소나타 연주
▲ 정경화와 케빈 케너의 공연 모습.

거장 정경화의 연주는 언제나 주저함이 없다. 시원시원함이 여전한 가운데 젊은 시절 보여줬던 강렬하고 날카로운 해석보다 시간의 깊이가 더해진 완숙함과 노련함이 돋보였다.

첼리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의 듀오 콘서트가 지난 4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공연은 19세기 후반의 낭만주의 선율이 담긴 바이올린 소나타가 연주됐다. 연주곡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1878년),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1887년), 세자르 프랑의 바이올린 소나타 가장조 작품번호 8(1886년)로 마치 거대한 소나타를 연상시켰다. 프로그램 노트에는 브람스곡이 첫 번째, 그리그의 곡이 두 번째로 예정돼 있었으나 실제 연주 때는 순서를 바꿨고 이 결정은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증명했다.

부드러운 음색으로 시작한 브람스의 곡에서는 선명한 피치카토와 영롱한 피아노의 음색이 먼저 들어왔다. 둘의 호흡은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소리의 건축 과정을 선명하게 직조해냈다. 소박함과 무거움은 동시에 있었다. 바이올린이 고조되는 에너지의 폭발력을 선보이는 가운데 피아노는 마치 멈춰야 할 때를 알고 있다는 듯 급격한 분위기 전환을 연출해냈다.

그리그의 곡에서는 본격적으로 연주자들의 몸이 풀렸다. 바이올린의 음색은 강렬한 시작과 함께 조금 더 거세졌고, 수직으로 꽂는 피아노의 타건 또한 남달랐다. 두 연주자는 서로에게 시선을 맞추며 리듬과 음색의 변화를 만들어나갔다. 특히 1악장 후반부 활의 움직임은 스포츠카의 엔진과 같은 에너지를 뿜어냈다.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시작 사이에서 두 사람은 미소를 지었고, 섬세한 강약 조절로 여러 주제 선율들을 조금씩 비축해 나가는 모습이었다. 조금 더 긴박해진 3악장에서는 소리를 더욱 응축시켰다. 한 몸에 가까웠던 열정적인 연주는 서로를 넘어 관객에게도 오롯이 전달됐다. 집중력 있게 높은 음을 이어나가는 케너의 오른손 또한 상당히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 세자르 프랑크의 곡에서는 정경화의 완벽주의자적 성향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었다. 정경화는 첫 몇 마디를 연주한 이후 문제가 생겼는지 잠시 무대를 벗어났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케너는 어색한듯 뒤를 돌아보며 자리를 지켰다.

이내 연주가 시작되자 진면목이 드러났다. 신비롭고 차분한 분위기의 1악장부터 이들이 왜 ‘영혼의 동반자’로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유연하고 몽환적인 숲의 정경이 그려졌고 활력이 넘친 2악장부터는 활이 그어질 때마다 마치 계단을 올라가듯 음악을 완성해 나갔다. 전 악장에 걸친 순환 동기가 공연 전체의 분위기를 암시했다. 연주의 순도와 감각, 균형면에서 환상적인 느낌이 연출됐다.

정경화는 2018년 같은 장소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이 곡을 함께 연주하기도 했었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 나온 기립박수는 이날의 뜨거운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했다. 정경화는 드뷔시의 ‘아름다운 저녁’, 크라이슬러 ‘사랑의 슬픔’과 ‘사랑의 기쁨’을 앙코르 곡으로 선보이며 마무리를 장식했다. 한 관객이 “사랑해요”를 외치자, 정경화는 두 팔로 하트를 그리며 화답했다.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관객들의 줄은 공연의 여운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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