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느 가족의 놀라운 죄의식 결핍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조민씨가 6일 유튜브에 나와 “나는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조민씨와 남동생 입시 비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지 사흘 만이다. 법원은 조 전 장관이 부인 정경심 교수와 공모해 조민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을 사실로 인정했다.
조씨가 입시에 활용한 가짜·위조 문서는 한두 개가 아니다. 2020년 정 교수 재판부는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 입시 때 제출한 이른바 ‘7가지 스펙’이 모두 가짜 또는 위조라고 판결했다. 조민씨의 부산대 의전원과 고려대 입학이 취소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논문 제1 저자 등재도 상식 밖이었다. 고1 학생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과학 논문의 제1 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조씨는 “입시에 필요한 항목들에서 제 점수는 충분했다”며 “의사 자질이 충분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사람이 법을 어기고 죄를 지었을 때 일시적으로 반발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남들도 다 하는데 왜 나에게만 이러느냐’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양심까지 속일 수는 없다. 그래서 위법과 편법에 대한 지적에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조씨와 그 가족의 경우엔 이런 상식적인 ‘죄의식’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마저 든다.
누군가는 조민씨 때문에 입시에서 고배를 마셨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뉘우침 하나 없다. 조씨의 모습은 정의와 공정을 입에 달고 살던 조 전 장관과 다르지 않다. 수많은 내로남불로 사람들 혀를 차게 한 조 전 장관은 잘못이 없다는 회고록까지 냈다. 이들이 진솔하게 사과하는 모습은 앞으로도 볼 수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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