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73세 돼야 노인”

강경희 논설위원 2023. 2. 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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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는 65세 이상 3010명을 대상으로 ‘노인의 기준’을 물었더니 72.6세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금 65~69세에게 ‘당신은 노인이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얼마 뒤엔 70~75세 중에도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다. ‘노년기’는 나이만으로 일반화하기 어렵고 개인 차도 크다. 미국의 노인의학 전문의 루이스 애런슨은 “노화의 속도와 폭이야말로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실제로 몸 관리를 잘하는 80세는 그렇지 않은 70세보다 훨씬 건강할 수 있다.

▶'65세 노인’ 기준은 독일 ‘철혈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1815~1898)에서 연원을 찾는다. 1889년 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지급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잡았다. 그 당시 독일 남성의 기대수명이 47세였다. 비스마르크의 ‘65세 연금’은 그저 정치적 선전이나 다름없었다. 미국에서는 20세기 초 대공황 와중에 루스벨트 대통령이 노령연금을 도입하면서 지급 기준을 65세로 잡았다. 유엔도 인구 분류에서 65세 이상을 고령층으로 본다. 경제학자 존 쇼번은 ‘내년에 죽을 확률이 2% 이상이면 노인, 4% 이상이면 고령 노인’이라는 독특한 노인 분류 방식을 제시했다. 그 기준에 따르면 미국의 남성은 65세, 여성은 73세 이상이면 노인이다.

▶노화를 자연 현상이 아닌 질병으로 보는 시각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세포 내 염색체 끝에서 염색체를 보호하는 ‘텔로미어’가 짧아지고 약해져 세포 분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노화라는 것이다. 텔로미어를 지킬 수 있으면 노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화 역행(회춘) 연구도 한창이다. 2012년 노벨상 수상자인 일본 쿄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다 자란 성체 세포를 원시 상태로 돌릴 수 있는 인자를 찾아내 ‘야마나카 인자’로 명명했다. 우리 몸은 세포로 구성돼 있어 노화된 세포를 되돌릴 수만 있으면 이론적으로 회춘도 가능하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러시아계 억만장자 유리 밀러와 함께 노화 역행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알토스 랩스에 30억달러를 투자했다. 과학계에선 노화 극복을 시간문제로 보는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 부유하면 100세도 청년, 그렇지 않으면 70세 노인인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대구시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머지않아 초고령사회다. 국민들 스스로도 노인을 73세부터로 보고 있다. 늦기 전에 노인 기준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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