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 들뜨게 만든 열 살 천재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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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의 미래 주역을 누가 맡을지 관심 있는 팬이라면 ‘표현우’란 이름 석 자를 기억해 둘 일이다. 2013년 생인 그는 지난 2일 만 열 살이 됐고 내달 초등 4학년으로 진급한다. 현재 충북 충주시에서 살고 있다.
일찍이 만 여섯 살 유치원 시절 첫 우승을 맛봤다. 바둑 배운 지 9개월 만이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 연말 대통령배 전국대회서 초등 유단자부를 제패하기까지 4년간 품에 안은 크고 작은 우승컵이 6개에 이른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호성적이 종종 소동으로 이어지곤 한다. 온라인 대회인 2021일요신문배 2학년부서 우승했을 때 현우에게 패한 쪽에서 “초 2년이 이렇게 강할 수 없다. 인공지능 치팅같으니 조사해달라”고 대회 본부에 요청했다. 규정에 따라 대국 때 동영상이 공개됐고 그제야 잠잠해졌다.
어릴 때부터 장기, 체스 등 보드게임 쪽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 동네 바둑 교실에 등록했지만 강사가 붙어 앉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시설은 아니었다. 현우는 그곳서 만난 동갑내기 꼬마와 날만 새면 어울렸다. 동갑 꼬마에 대한 경쟁심이 유일한 성장 동력이었다.
비(非)엘리트적 교육 환경에서도 무섭게 실력이 커 갔다. 초등 1년 시절 충주의 한 기원을 찾아가 원장에게 2점 접혔던 실력이 6개월 뒤엔 오히려 2점 접고 이길 만큼 늘었다. 주변에선 하루라도 빨리 상경시켜 영재 교육을 받게 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여러 여건이 쉽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까지 덮치는 바람에 아직도 서울로 못 보내고 있다.” 중학교 교사인 아버지 표영일(41)씨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 안에는 상경시켜 본격 수업을 받게 할 생각”이라 밝히고 있다. 수도권의 명문 도장들이 그를 확보하려고 눈독 들이고 있다는 소문이다.
소속 도장이 없다 보니 전담 사범도 없다. 오로지 집에서 인터넷 대국을 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복기 검토하며 사활 문제를 푸는 게 바둑 공부의 전부다. 그래도 인터넷(타이젬) 8단 기력이다. 한 차례 9단도 가봤다.
2022년부터 한국기원 연구생에 입성하면서 숨통이 좀 트였다. 실전 상대가 꼭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경험 삼아 지원했는데 덜컥 선발됐다. 리그 일정이 있을 때면 아버지와 함께 상경한다. 현재 9조 소속이다. 연구생 사범인 이희성 9단은 “수읽기를 바탕으로 한 노림수가 나이답지 않게 매섭다. 침착함도 돋보인다”고 칭찬한다.
세계 제패 경력자인 신민준 9단의 진단도 비슷하다. “한마디로 천재형이다. 어린 나이에도 기초가 충실하고 침착하다. 굳이 분류하자면 박정환 사범님과 비슷한 과(科)”라고 했다. 표현우는 지난달 바둑TV 설날 특집 프로에 출연, 신민준에게 2점에 7집 덤(백이 부담) 치수로 도전해 아쉽게 패했다.
누구보다도 승부 기질이 강하다. 언젠가 결승서 졌을 때 대성통곡하며 바닥을 떼굴떼굴 굴러 주변 사람들을 당황시킨 일도 있다. 자신을 이긴 상대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가 반드시 ‘복수’한다. 연초 지도기를 베푼 신민준도 본의 아니게 열네 살 아래 표현우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바둑계는 초등학생 프로 입단이란 모처럼의 경사를 현우가 이뤄내길 염원하고 있다. 초등생 입단자는 조훈현 최규병 신진서 권효진 등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귀하다. “바둑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어요. 꼭 프로 기사가 돼 세계 랭킹 1위에 오를 겁니다.” 만 열 살 표현우가 있어 바둑계의 새해 아침은 희망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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