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중소·중견기업, 스타트업과 연대해야 하는 이유
스타트업, 즉 혁신적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창업기업을 육성하고 성장 지원하는 것이 나라 경제와 일자리 창출의 미래라고 말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와 경기 변화 속에서 ‘속도’와 부가가치 높은 ‘기술’이 경쟁력이 되어가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시장의 작은 틈새를 기회로 포착해 속도와 기술을 기반으로 스스로 시장에서의 기회를 만들어 나가며 성장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중요한 미션이다.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은 미래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다양한 전략을 역량으로 키워가고, 이 역량의 근간은 ‘우수 인재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 미션이 된 것이다.
실제, 필자의 회사는 지난 11년간, 1600개사 보육, 49개사에 투자를 할 때, 스타트업의 거의 공통된 투자유치 목적 중 하나는 ‘우수 인재의 확보’에 필요한 재원이었다.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가장 큰 경쟁력이 이렇다 보니, 처음부터 경력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공동 창업을 하기도 하고, 초기부터 온-보딩(사내정착) 프로그램을 개발해 구성원(임직원)의 역량을 키우는데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스타트업은 다양한 경력과 경험을 갖춘 인재를 합류(취업)시키기 위해, 투자자와의 관계(IR) 관리 못지않게, 항상 인재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떤 조건과 비전제시로 합류를 설득할지 촉각을 세우고 발굴하고 있다. 그들과의 관계(ER)를 입사유무와 관계없이 네트워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에는 돈으로 매길 수 없는 인재발굴에 대한 감각과 네트워크, 사내정착을 빠르게 돕는 온-보딩 프로그램 등이 이미 일종의 대체 불가한 자산인 셈이다.
고급인재들이 대기업에서 나와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신문 지면의 소식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복지와 업무환경만으로 고급인재는 움직이지 않는다. 스톡옵션 제도를 통해 창업자만큼이나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의 기여도에 대한 빠른 성과 반영, 자율출근제와 같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효율적 근무형태, 수평조직문화를 통해 직급 불문하고 우수한 인재들과 사내 협업으로 쌓아가는 성장에 대한 경험과 경력 등 스타트업의 조직문화는 다 함께 살아남아 잘되기 위한 철저한 연대의식이자 규칙인 것이다. 이것이 스타트업의 큰 경쟁력의 하나이다.
지역의 중소·중견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 혹은 협업 등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의 빠른 변화는 스타트업에게는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하지만, 규모 있는 기업에게는 위협이 되기도 하는데 이미 무거워진 체급과 이로 인한 안전 지향적 조직문화가 그 위협을 가속화 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중소·중견 기업의 오너를 만나보면 사내 캐치프레이즈에 빠지지 않는 단어가 ‘혁신’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기술과 전략의 혁신은 조직문화와 구성원의 혁신에서 나오기 때문에 오너가 아무리 혁신을 외쳐도 조직문화와 인사채용 전략의 변화 없는 혁신은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역의 중소·중견기업이 스타트업과 관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스타트업은 기반설비나 영업적 네트워크의 측면이 필요하고, 중소·중견기업은 유동적이지만 연대의식으로 만들어진 조직문화,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해 낼 줄 아는 젊고 강한 인재 채용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협업하는 것은 기업 생태계에서 언제나 중요하게 다뤄진 주제이지만 지금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 생태계에서는 더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상호 간의 협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서도 가능한데, 협약서 하나로 체결된 상호 간의 협업의 증서는 효력이 없다는 것을 서로가 잘 알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피를 섞는 것과 같은 연대의식을 만드는 것이 투자이고, 이를 통해 진정한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시에 소득공제와 같은 혜택도 점점 강화되고 있으니, 처음부터 기업 측면에서의 투자가 아니더라도 오너 개인의 측면에서의 크지않은 규모의 투자라면 스타트업과의 연대를 만들 수 있는 가성비 있는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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