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총기 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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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쯤 전이다.
미국 내 총격사건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총기폭력 아카이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총기 난사뿐만 아니라 총기 사망 사건 전체로 범위를 넓힐 경우 올해 미성년자 120여 명을 포함해 최고 1260여 명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 규제 목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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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쯤 전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인이 운전하는 택시를 탔다. 무척 더운 여름날이었다. 한인 택시기사는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미국은 한국과 다릅니다. 아무리 대낮이라도 저렇게 길거리를 걸어가는 건 목숨을 내놓은 행동입니다. 언제 총이나 칼을 든 놈들이 나타날지 알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미국이 위험한 곳이라고 해도 그런 말을 하다니. 그 뒤 1년 동안 LA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지만 한 번도 총기와 관련한 위험한 상황을 겪은 적은 없었다. 안전한 곳만 골라 갔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다. 수시로 경찰 사이렌이 울리고 한밤중에 헬기까지 출동하는 지역에서 6개월 이상 살았고, 밤에 타코를 사 먹으러 길거리를 쏘다니기도 했다.
1년 동안 만난 한인 중 실제 총과 맞닥뜨린 경험을 가진 사람은 두 명이었다. 한 명은 중고차 딜러로 아침에 조깅하다 버스 정류장에서 권총을 들이댄 강도에게 돈을 털렸고, 또 다른 한 명은 미용실 주인이었다. 그 미용실은 입구가 삼중 철문으로 봉쇄돼 있었다. 그들은 총구 앞에 섰을 때 느꼈던 공포가 평생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연초 미국에서 총기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가해자를 제외하고 사망자가 4명 이상인 경우를 ‘총기 난사’ 사건으로 규정할 때 올해 벌써 6건이 일어나 39명이 사망했다. 미국 내 총격사건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총기폭력 아카이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총기 난사뿐만 아니라 총기 사망 사건 전체로 범위를 넓힐 경우 올해 미성년자 120여 명을 포함해 최고 1260여 명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세부 내용이 다르지만 일정 자격만 갖추면 총기를 살 수 있다. 대형마트인 월마트의 일부 매장에서도 총기를 판매한다. 권총뿐만 아니라 군인들이 사용하는 자동소총까지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미국 민간인이 소지한 총기가 3억9300만 정으로 지난해 기준 미국 인구 3억3300만 명보다 더 많다고 추산한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 규제 목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미총기협회 로비와 개인의 무기 소유 및 휴대 권리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의 힘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을 보면서 총기 규제가 유난히 까다로운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탄피 하나까지 악착같이 챙겼던 오래전 군대 시절 기억이 새삼스럽다.
김희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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