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트윗 78억건… K컬처는 이제 세계 문화”

유석재 기자 2023. 2.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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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사전 한국어 컨설턴트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 인터뷰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

“이제 ‘K컬처’의 ‘K’라는 접두사는 더 이상 ‘한국의’라는 뜻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에는 재미(fun)있고 쿨(cool)하고 현대적(contemporary)이며 혼성체(hybrid)인 동시에 역동적(dynamic)이란 의미가 담겨 있어요.”

조지은(Jieun Kiaer·47) 교수는 2007년부터 영국 옥스퍼드대 동양학부(아시아중동학부)에서 한국학·언어학을 가르치고 있다. 동양학연구소와 하트포드칼리지에도 소속돼 있다. 한류(韓流)가 유럽에서 확산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봤을 뿐 아니라, 옥스퍼드 사전의 한국어 컨설턴트로서 ‘오빠(oppa)’ ‘언니(unnie)’ 같은 한국어 단어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 올해는 ‘동생’과 ‘막내’ 같은 단어가 추가로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화상을 통해 본지와 인터뷰한 조 교수는 “K컬처를 한국만의 문화로 생각하고 그것을 한국이 독점하려 하면 안 되는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지만, 세계의 사용자가 향유하며 재생산하는 국제적인 문화가 됐으니 그 나름의 생명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한류의 부상에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파워’ ‘AI(인공지능)’ ‘한글’이라는 촉매제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2002~2003년 한류 초창기만 해도 유럽에선 한국 문화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2010년쯤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이 한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것이다. “세계인이 한국 문화를 단순히 소비하는 데서 그친 게 아니라 자신이 다시 생성자로서 생산물을 내기 시작한 유례 드문 문화가 한류”라는 것이다. 2021년 한 해 동안만 세계에서 작성된 한류 관련 트윗(tweet)이 무려 78억 건이었다. 지금은 AI와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가 또 한번 한류를 도와주고 있는데, ‘오징어 게임’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1000건을 넘는다.

외국인들이 훈민정음을 쓰고 있는 모습. 한류 확산과 함께 한글에 대한 세계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장련성 기자

그는 “K컬처의 주체가 이렇듯 ‘한국 음악과 드라마를 소비한 동시에 번역해서 전파한 세계의 문화 향유자들’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생명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치맥(chimaek)’이나 ‘먹방(mukbang)’은 정작 한국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는 단어들이다. ‘콩글리시’라 여겨졌던 ‘스킨십’이나 ‘언택트’ 같은 말은 오히려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조 교수는 “한류의 성공에는 한글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앞으로 세계적인 문자로 뻗어나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정확한 소리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알파벳보다 뛰어난 문자라는 사실을 이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는 것이다. 한류 전시회를 열고 있는 런던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에선 한글로 ‘한류’를 크게 적은 포스터를 붙였는데 예전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글이 로마자와 상보적(相補的) 관계를 가진 문자로 발돋움할 좋은 기회가 바로 지금입니다.”

현재 세계에 확산된 한류는 일시적인 유행이며 곧 사그라들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조 교수는 “그렇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 세 가지 근거가 있다”고 했다. “K컬처 자체가 참여와 생산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K팝과 K드라마를 거쳐 한국어를 배우는 인구가 점차 늘어나 한류의 바탕이 튼튼해지고 있죠. 한류는 또한 디지털과 메타버스를 타고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한류의 미래는 밝다고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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