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자연의 법, 인간의 법
작년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데 이어 달탐사선 다누리가 달 궤도에 진입함으로써 우주탐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정부는 2045년까지 우주로 사람을 실어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우주개발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부산과학관을 비롯한 5개 국립과학관에서도 누리호와 다누리 관련 전시를 준비하고 시민에게 알려나갈 계획이다.
뉴스나 영화에서 우주인의 모습을 보고 지상에 있는 사람들이 경험해 보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아마도 무중력 상태일 것이다. 인공위성 안에서 몸이 떠다니고, 쓰던 펜을 공중에 놓아도 떨어지지 않는 현상은 지상에서는 경험하기 어렵다. 이론적으로는 놀이동산에서 배가 시계추처럼 진자운동을 하는 바이킹이 회전방향을 바꿀 때나, 아파트 20~30층 높이에서 자이로드롭이 떨어지는 순간에 아주 잠깐 무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지상에서 좀 더 오랫동안 무중력 상태를 유지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필자가 이 문제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원 시절이었다. 당시에 실내 서바이벌 게임장이 유행이었는데, 다른 게임장과의 차별화를 고민하던 지인이 문의해 왔다. 물리학을 전공하는 친구들을 모아 자료를 찾고 토론해 보았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발밑에 있는 지구가 나를 당기는 힘을 어떻게 없앨 수 있단 말인가? 무중력 상태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사람이 체중계에 올라가도 누르는 효과가 없어서 눈금이 0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체중과 같은 크기의 힘을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작용해 주면 어떨까? 바닥에서 천장 쪽으로 바람을 불어 뜨게 하거나, 와이어를 옷에 매달아 들어 올리는 방법은 일견 비슷하게 보이지만, 무중력 현상과는 차이가 크다. 지구는 우리 몸의 모든 부분, 말하자면 세포 하나하나를 끌어당기지만, 바람이나 와이어는 몸의 한쪽 면이나 일부분에만 힘이 작용한다. 미국 NASA에서도 우주인 훈련을 위해 무중력 상태를 만들 필요가 있었는데, 보잉기와 같은 항공기를 이용했다. 빠른 속력으로 비스듬히 하늘을 날다가 엔진을 끄고 포물선을 그리면서 중력만 받으며 떨어지면, 항공기 안에 있는 우주인들은 무중력 상태가 된다. 줄이 끊어진 엘리베이터를 생각하면 되는데, 체중계도 같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올라서도 누르는 효과가 없는 것이다. 현재 이 방법은 비록 한 번 지속 시간이 20~30초 정도로 짧긴 하지만,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면서 영화촬영 등에 사용되고 있다. 결국 지인의 우주 서바이벌 게임장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인공위성에서 무중력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중력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구의 중력을 없앨 수 없는 것은 지상에서뿐만 아니라 인공위성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고도 약 400km인 국제우주정거장의 경우 지구로부터 거리가 멀어지기는 했지만 지구 반지름을 고려하면 약 6.3% 멀어진 것에 불과하다. 즉 국제우주정거장 안에서 무중력 상태가 되는 것은 중력을 받아 낙하하기 때문이다. 보잉기는 포물선 궤도를 그리고, 우주정거장은 원 궤도를 그리는 차이는 있지만 두 경우 모두 (공기저항의 영향을 무시할 경우) 중력만 받을 뿐이다. 역설적으로 지구 주변의 물체는 다른 힘 없이 중력만 받을 때 무중력 현상이 일어난다. 중력의 법칙은 물리학의 대표적인 법칙이다. 모든 물체는 거리와 질량에 따라 일정한 방식으로 인력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물체가 없고, 거리와 질량이 같으면 중력은 같은 크기로 작용한다.
인간의 법은 어떨까? 헌법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되어 있다. 잘못이 같으면 같은 벌이 주어져야 하고, 국민이면 누구나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인간의 법과 자연의 법칙은 차이가 크다. 같은 잘못에 다른 벌이 주어지는 것을 오래전부터 지적해 온 표현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일 것이다. 법이 적용되는 대상에도 차이가 있다. 누군가에는 적용되고 누군가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인데, 이는 ‘내로남불’로 표현할 수 있겠다.
모든 물질은 자연의 법칙 앞에 평등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외치는 것은 역설적으로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