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01> 왜국과 일본 : Japanese desire
일본의 7세기 이전 명칭인 왜! 난쟁이 왜(矮)로 들리기에 왜소(矮小)한 사람들 나라로 여겨진다. 하지만 倭라는 한자는 구불구불하다는 뜻이 있다. 왜인들은 구불구불하게 말한다. “○○는” 이렇게 말하지 않고 “○○와 같은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우회적으로 말한다. 우리가 아직도 그렇게 일본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속마음을 드러내기보다 겉치레로 말한다. 본심에서 우러나오는 혼네(本音)보다 사회적 규범을 의식해서 하는 말인 다테마에(建前)를 중시한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나라이기에 구불구불한 왜(倭)라는 국가명이 잘 어울렸다. 그런데 우리한테 왜는 부정적으로 들린다. 왜구(倭寇)는 왜나라 도적놈이며 왜놈들은 나쁜 일본인이다. 왜정시대는 일제시대의 비하된 이름이다.

왜국으로 불렸던 일본 역사는 특이하다. 기원전 660년 신화적 존재인 1대 진무천황부터 현재 126대 나루히토천황까지 2700여 년 역사에서 지배자의 성이 바뀌는 역성혁명이 없었다. 천황은 이름만 있고 성(姓)이 없으니 당연히 왕가나 황실의 성씨를 바꾸는 역성(易姓) 혁명이 없는 이유다. 인류역사상 최장황실인 이유다. 천황의 존재를 성씨로 직접 드러내기 꺼리는 왜 민족성 때문일까? 실권자들도 자기 성씨를 내세우지 않았다. 야마토(大和) 시대, 헤이안(平安) 시대, 가마쿠라(鎌倉) 막부시대, 무로마치(室町) 막부시대, 에도(江戶) 막부시대 등은 모두 지역명이다. 에도 막부만 초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내세워 도쿠가와 막부로도 불릴 뿐이다. 264년 동안 15대에 걸쳐 일본을 통치했던 도쿠가와 막부는 1867년 모든 권력을 122대 천황인 메이지천황에게 봉환하며 다음 해 1868년 메이지 유신이 단행되었다.
천황 아래서 권력을 거머쥔 엘리트들은 일본을 전면개조해 간다. 네덜란드어 서양책을 연구하는 난학(蘭學)에서 벗어나 영어 서양책 수천 권을 번역했다. 번역된 책들은 일반인들에게 팔리며 읽혔다. 민주주의 사회 야구 냉장고 연설 문화 문명 문학 권리 철학 예술 개인 자유 등의 용어는 그 당시 일본식 번역어였다. 그들의 국가개조 활동은 서양문물 수입에서 벗어난 철저한 서양화였다. 조선말 개화파의 동도서기(東道西器), 청나라말 개화파의 중체서용(中體西用) 차원이 아니었다. 탈아입구(脫亞入歐)!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으로 들어가고자 했다. 도발적 야망으로 일본은 겁 없이 컸다. 300여 년 전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욕망이 되살아났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이기며 대한제국을 합병했다. 이후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며 망동하더니 1945년 원자폭탄 두 방을 맞고서야 무조건 항복했다.

국가명이 거창해서 거창하게 일을 벌였을까? 왜국에서 변경된 일본이란 나라 이름은 거창하다. 태양(日)의 근본(本)이라니? 그들은 국가명에 딱 맞게 태양 하나가 있는 세상에서 가장 심플한 일장기(日章旗)를 만들었다. 군대에서는 태양이 이글거리는 욱일기(旭日旗)도 만들었다. 붉은 태양처럼 일본인의 욕망도 이글거렸다. 그들의 1868년 유신 시작은 창대했으나 1945년 패망 말로는 비참했다. 마르코 폴로 이후 유럽인들에게 지팡구(Zipangu)로 불렸던 재팬(Japan)! 재패니즈의 일그러진 욕망이 다시 이글거려 다시 불붙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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