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침을 매일 맞는다면

김영호 한의사 2023. 2.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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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들이 자주 듣는 질문이 몇 가지 있다.

그중 침과 관련해서는 '침을 매일 맞아도 되나요?'가 대표적이다.

특히 영양섭취가 부족하거나 체력이 약한 분들에게 자주 발생하므로 '기(氣)가 약한 사람들이 매일 침을 맞으면 무리'라는 얘기가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의원을 옮기거나 치료를 중단하면 또다시 이 과정을 거칠 수 있으니 치료 초기에 침 치료를 매일 받는 것은 여러모로 유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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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한의사

한의사들이 자주 듣는 질문이 몇 가지 있다. 그중 침과 관련해서는 ‘침을 매일 맞아도 되나요?’가 대표적이다. 언제, 어디서부터 이 질문이 시작되었을까. 아마 우리나라가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에 자주 일어났던 일들로부터 유래됐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그림=서상균


침 치료는 ‘기(氣)’를 조절한다는 것이 한의계의 정설이지만, 현대적 언어로 풀어보면 ‘자율신경계의 조절’에 가장 가깝다. 인체 내에서 저절로 조절되어야 할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기능을 원상 복구시키는 것이 침의 주요 효능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어지럼증이나 몸살의 느낌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쉬운 말로 ‘침 몸살’이라고 불렀다. 특히 영양섭취가 부족하거나 체력이 약한 분들에게 자주 발생하므로 ‘기(氣)가 약한 사람들이 매일 침을 맞으면 무리’라는 얘기가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도 이런 증상이 아주 없진 않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훨씬 드물다. 만약 침 치료를 받은 후 이런 증상이 생겼다면 체력이 매우 약하다는 반증이므로 한약 치료의 병행이 필요하지, 침 치료 횟수를 줄이는 것이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실제로 침을 매일 맞는다면 어떻게 될까? 입원하고 계신 고령 또는 뇌질환 후유증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매일 침 치료를 해드린 경험적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치료 초기의 호전 속도가 빨라진다. 급·만성 통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중풍 후유증으로 감각이나 운동능력이 저하되었던 분들의 상태도 좋아졌다. 매일 침을 맞는다고 몸살을 하거나 체력이 떨어지기는커녕 주 2, 3회의 통원 치료 때보다 체감 상 호전 속도가 더 빨랐다. 치료를 하다 보면 호전이 되는 날도 있고 때로는 전날보다 심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한의원에 통원하시는 환자분들은 치료 속도가 더디거나 전날보다 더 아플 때 담당 한의사에게 물어보기보단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입원으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 매일 침 치료를 받았던 분들은 대부분 치료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둘째, 얕고 덜 아픈 침 치료도 충분히 효과적이다. 침 치료에는 아프지만 효과가 빠른 침법과 덜 아프지만 치료 속도가 천천히 나타나는 방식이 있다. 침 시술통증에 민감한 분이라면 치료 속도를 높이기보다 덜 아픈 침 치료를 매일 받아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통증 부위에 덜 아프고 자극이 약한 침 치료를 매일 지속해 보니, 아프지만 효과가 빠른 침법에 뒤지지 않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침 치료가 무서워서 한의원 방문이 꺼려진다면 담당 원장님과 상의 후, 덜 아픈 침법으로 매일 치료받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치료 초기의 더 아픈 시기를 잘 넘길 수 있게 된다. 통증이 만성화되면 통증상황에 적응되는 경우가 많다. 이 단계에서는 치료를 시작한 직후 더 아파지기도 한다. 이는 치료를 통해 주변 조직의 혈류량이 증가하고 통증의 원인을 제거하려는 기전이 작동하면서 일시적으로 더 아픈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리 설명을 들었다고 해도 이 과정을 견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때 혼자 고민하다가 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매일 치료를 받으면서 의료진과 상의하다 보면 어느새 이 시기가 지나고 통증은 줄어든다. 한의원을 옮기거나 치료를 중단하면 또다시 이 과정을 거칠 수 있으니 치료 초기에 침 치료를 매일 받는 것은 여러모로 유익한 일이다.

치료 초기, 마음이 흔들린다면 일단 매일 다녀보자. 침을 매일 맞다 보면 여러 가지 장점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침을 매일 맞아도 되느냐고 물어보신다면, 자신 있게 매일 맞아보시라고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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