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오현규의 성공을 바라는 이유

김세훈 기자 2023. 2.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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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2019년) 고교 졸업 후 국내 프로축구단 수원 삼성 입단, 이듬해 김천 상무 입대, 21세 제대 후 수원 복귀 및 월드컵 예비 멤버 발탁, 22세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으로 이적.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축구대표팀 차세대 센터포워드 오현규(22)가 밟아온 이력이다. 오현규는 수원에서 셀틱으로 갔다. 이적료 300만유로(약 40억원). 유럽으로 처음 가는 한국 선수가 기록하기 힘든 액수다. 계약기간도 5년이라고 한다. 셀틱으로서는 5년 안에 팔아 ‘40억원+α’를 챙길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이적료, 계약기간에 대한 보도와 발표가 사실이라면, 오현규가 받은 대우는 아주 좋다고 볼 수 있다.

오현규는 힘이 넘치는 저돌적인 스타일이다. 최근 축구는 플레이메이커를 겸하는 공격수가 대세다. 오현규 스타일은 트렌디하지는 않지만 기량만 좋다면 희귀성은 높다. 성격과 유형이 다른 공격수가 많을수록 공격 루트는 다양해진다. 팔색조 공격 전술은, 셀틱과 같이 비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목표인 팀이 더 강해지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오현규의 높은 이적료는 병역을 해결했기에 가능했다. 오현규는 아시안게임, 올림픽을 기다리지 않았다.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병역문제를 해결하는 게 해외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겼다. 수원 구단 최원창 프로는 “오현규는 자의로 상무 입대를 결심했다”며 “24세에 체육부대에 입대한 선배 김건희(28)의 권고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 선수들은 대부분 군 미필 상태에서 유럽으로 갔다. 이적료가 적고 계약기간도 짧을 수밖에 없다. 아시안게임·올림픽 대표로 뽑혀 병역혜택을 받는 데 목을 맸다. 그게 잘되면 몸값이 급등한다. 손흥민·황희찬처럼 말이다. 반대로 그 기회를 놓치면, ‘폭망’이다. 20대 후반 한국으로 와 병역문제를 해결해도 이후 받아줄 유럽 구단을 찾기 힘들다.

일본 선수들은 해외진출에 적극적이다. 유럽 축구 5대 국가에서 뛰는 일본 선수는 98명이다. 그 외 스위스, 튀르키예, 스웨덴, 슬로바키아, 세르비아, 스코틀랜드, 루마니아, 폴란드, 몬테네그로, 리투아니아, 핀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등에도 어김없이 일본 선수들이 있다. 요시자키 에이지 일본 축구 프리랜서 기자는 “일본 선수들이 처음 유럽으로 갈 때 기록하는 이적료는 대부분 낮다”며 “일본 구단과 계약 종료를 앞두고 유럽으로 진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0년 전후 유럽으로 간 일본 젊은 선수들의 이적료는 50만~100만달러 선이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유럽행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구단도 이적료가 높지 않으면 ‘헐값 논란’을 이유로 이적을 거부한다. 선수들도 연봉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면,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뛰면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안전한’ K리그 잔류를 원한다. 현재 유럽 축구 5대 국가에서 뛰는 한국 선수는 50명뿐이다. 진출한 국가 수도 일본보다 적다. 아시아, 중동파 비중은 일본보다 높다. 유럽에 도전한다는 열망보다는 리그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 또는 경쟁이 수월한 리그와 팀을 좇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어릴 때부터 유럽행을 준비한 오현규가 대성하기를 바란다. 더 높은 이적료로 더 큰 리그, 더 큰 구단으로 가는 걸 보고 싶다. 그래야 우리 젊은 선수들, 우리 프로구단들 생각도 바뀌지 않겠나.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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