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우려” 대우건설, 시공권 포기하고 440억 물어줘
대형 건설사인 대우건설이 미분양에 대한 우려로 400억원이 넘는 돈을 포기하고 지방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시공권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를 감안할 때, 초기 투입 비용을 포기하더라도 하루빨리 사업을 접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미분양을 우려해 분양 시점을 늦추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건설사가 시공권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울산 동구의 한 주상복합 개발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했던 대우건설은 440억원 규모 대출 보증(후순위)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시공권 포기 의사를 시행사 측에 통보했다. 이 사업은 총 480세대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토지 매입과 인허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시행사가 ‘브리지론’으로 증권사·캐피털사 등으로부터 약 1000억원을 조달한 상태다. 대우건설은 여기에 440억원의 보증을 제공했고, 공사비로 약 1600억원을 받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지방 미분양이 잇따르면서 대우건설은 건물을 완공해도 공사비를 제대로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금리 급등으로 금융 비용 부담도 늘었다. 건설 회사 관계자는 “대우건설 입장에선 440억원을 날리더라도, 공사비 1600억원을 못 받는 최악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440억원은 대우건설 작년 영업이익(7600억원)의 5.7%에 달하는 돈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미분양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판단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손실을 감수하고 시공권을 포기했고, 손실액은 작년 회계에 이미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이 빠지면서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되고 금융사들까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사업이 취소되면 시행사는 토지를 처분한 돈으로 우선순위에 따라 대출을 갚게 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토지 매각이 지연되고 헐값에 팔리면, 금융사들도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가 돈을 물어주고 사업을 포기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며 “비슷한 사례가 앞으로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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