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 제나라의 풍훤 같은 인물이 그립다

기자 입력 2023. 2. 7. 03:01 수정 2023. 2. 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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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권력을 탐하고 재물을 좋아할까? 욕심이라는 심리, 그 알량한 것 때문인가? 그 욕심이 작금의 문화를 창조하고 인류에게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반면 나쁜 것 또한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한정규 문화평론가

특히 과학의 발달로 물질이 다양하고도 풍부해지자 욕심은 더욱더 기세를 떨친다. 소위 부정부패가 기승을 부린다. 욕심·과욕은 어느 시대나 다르지 않았다. 역사가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중국 제나라의 재상이었던 맹상군이 풍훤에게 설(薛) 지방에 가서 빚을 받아 오라고 했다. 그러자 풍훤이 “빚을 받아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다. 맹상군이 “우리 집에 없는 것을 사오라” 했다. 풍훤이 설 지방에 가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빚 문서를 불태워버렸다. 그리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맹상군이 어떻게 된 것이냐 묻자 풍훤이 “빚을 모두 받아 분부대로 이걸 사왔습니다”라고 답했다. “그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풍훤은 “예 바로 이것입니다” 하며 ‘의(義)’를 말했다. “재물 대신 ‘의’로써 민심을 얻게 됐으니 군주에게는 재물보다 더 큰 이득을 얻은 게 아닌가요.”

맹상군은 화가 났다. 얼마 후 맹상군은 재상 직위를 박탈당했다. 빈손으로 설 지방으로 돌아가게 됐다. 맹상군은 관직에 있는 동안 권력만 믿고 사람들에게 민심을 잃는 일을 너무 많이 했다. 그러기에 맹상군에게는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한데 설 지방으로 갔는데 이게 웬일일까? 사람들이 모두 길로 나와 그를 반기는 것이 아닌가. 그때서야 맹상군은 풍훤이 사 놓았다는 ‘의’가 무엇인가를 뒤늦게 알게 됐다. 돈과 권력만 알던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어리석게 살았는가를 풍훤을 통해 깨우치게 된 것이다.

20세기 후반 이후 한국에선 권력을 믿고 어리석게 언행을 함부로 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기 바란다. 대통령이 교도소를 배회하는 꼴을 보지 못했는가? 무엇보다 솔직하고 정직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몇몇 잘못된 정치인 때문에 무엇이 정의인가를 두고 대혼란을 겪고 있다. 불의가 정의 같고 정의가 불의 같아 자신을 의심한다.

지난날을 생각하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될까 그것이 걱정된다. 이제부터라도 잘못된 위정자들의 편가름보다 불법·적법을 확실히 하여 정의 사회를 이루는 데 힘써야 한다.

권력을 쥔 지도자는 사람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을 볼 줄 모르면 국민의 소리라도 들어야 한다. 관대해야 할 땐 관대하고 엄격해야 할 땐 엄격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훌륭한 지도자다. 또 공당이라면 당내에서 일어난 잘못된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국가와 민족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자신이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윗사람을 모시려면 풍훤 같은 사람이 돼야 한다. 윗사람 또한 풍훤 같은 사람을 가까이 둬야 한다. 윗사람 눈치나 보며 지시만 따르는 그런 일은 아홉 살 먹은 아이도 한다. 중요한 것은 권력·재력이 있을 때 잘해야 한다.

한정규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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