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컴하고 추운 우주에서 화합물 만드는 분자 발견...생명체 탄생 실마리 포착

이병철 기자 2023. 2. 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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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생명체가 처음 등장한 건 약 38억년 전이다.

무기물 밖에 없던 지구에서 생명체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태양계 형성과 함께 만들어진 유기물이 혜성을 통해 지구에 떨어진 덕분이라는 게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이론이다.

별의 탄생 후 핵융합 반응으로 에너지가 공급돼 유기 분자가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이론도 있지만, 별이 만들어지기 전 차가운 우주에서도 발견되고 있어 유기 분자의 형성 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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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디 바우만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 화학과 교수 연구진
황소자리 분자 구름 TMC-1에서 새로운 물질 발견
반응성 높아 낮은 온도에서도 유기물 합성 할 수 있어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황소자리의 분자구름 TMC-1의 모습.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에 있는 오르트-벤자인은 낮은 온도에서도 화학결합이 가능해 별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밝혀졌다. /ESA·Herschel·NASA·JPL-Caltech

지구에 생명체가 처음 등장한 건 약 38억년 전이다. 무기물 밖에 없던 지구에서 생명체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태양계 형성과 함께 만들어진 유기물이 혜성을 통해 지구에 떨어진 덕분이라는 게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이론이다. 그러나 지구에 떨어진 유기물이 우주에서 만들어진 과정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큰 분자의 유기물이 만들어지려면 적당한 온도가 필요하지만, 우주의 온도는 너무 차갑기 때문이다.

조르디 바우만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 화학과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7일(현지 시각) 생명이 생존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운 우주에서 다양한 구조의 화합물을 만들 수 있는 분자를 찾았다고 밝혔다.

별이 탄생하는 과정은 여러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유력한 이론은 우주 공간에서 가스가 뭉쳐져 핵을 만들고, 핵을 중심으로 다시 가스가 모이며 높아진 밀도와 온도 덕분에 핵융합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주의 온도는 절대온도 10캘빈(K) 이하로, 섭씨 온도로는 영하 263.15도에 해당한다. 이 정도 온도에서는 유기 분자가 생성되는데 충분한 에너지를 얻지 못한다. 별의 탄생 후 핵융합 반응으로 에너지가 공급돼 유기 분자가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이론도 있지만, 별이 만들어지기 전 차가운 우주에서도 발견되고 있어 유기 분자의 형성 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지난 2021년 스페인의 예베스 전파망원경으로 황소자리의 분자구름 ‘TMC-1′을 관측해 화학 성분을 분석했다. TMC-1은 ‘별의 보육원’이라고 불리는 지역으로, 수백개에 달하는 별이 이 곳에서 만들어졌다. 지구에서 430광년 떨어져 상대적으로 다른 천체보다 가깝고 별이 형성되는 지역이 넓게 분포하고 있어 별 탄생 과정을 밝히는데 가장 중요한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연구진은 TMC-1에서 그간 발견되지 않았던 화합물인 ‘오쏘-벤자인(ortho-benzyne)’을 처음 발견했다. 오쏘 벤자인은 6각형의 탄소 고리가 있는 분자로 다른 물질과 쉽게 반응해 다양한 유기물을 만드는 물질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이 분자가 별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광전자-광이온 일치 분광법’을 사용했다. 물질에 강한 레이저를 쏴 전자의 이온화되는 수준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화학반응의 과정과 생성물을 분석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오쏘-벤자인은 분자구름의 또 다른 주요 성분인 메틸과 쉽게 결합해 풀베날렌, 에틸시클로펜타디엔처럼 거대한 유기물을 만들었다. 이 물질들은 TMC-1에서 이미 발견됐지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또 오쏘-벤자인은 반응성이 높아 절대온도 10K에서도 화학반응을 일으켜 TMC-1에서 유기물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TMC-1뿐 아니라 다른 은하에서도 오쏘-벤자인이 별의 유기 분자 형성에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모의 실험도 진행했다. 전자의 에너지 변화를 이용해 화학반응을 계산하는 ‘프랭크 코돈 모델’에 우주의 환경 조건을 입력해 화학 반응의 경우의 수를 확인했다.

그 결과 아세톤, 메틸, 에틸, 케텐처럼 간단한 유기물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유기 분자는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데 기초가 되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단백질, 아미노산, 암모니아처럼 생명 활동에 필요하지만, 오쏘-벤자인에서 질소가 포함된 유기물이 생성되는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오쏘-벤자인에서 만들어지는 화합물이 우주에서 질소와 결합하는 방식에 대해 후속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바우만 교수는 “우리는 작은 분자가 더 큰 분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이라며 “이번 발견은 새로운 별과 새로운 행성이 처음 만들어질 때 어떤 성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에 대한 지식을 넓혀줄 수 있다”고 말했다.

생명체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자를 찾아낸 이번 연구에는 미국,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4개국 연구진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이날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Astronomy, DOI : https://doi.org/10.1038/s41550-023-018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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