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관왕 비욘세 “화이트 그래미 더 이상 없다”

윤수정 기자 입력 2023. 2. 7. 00:24 수정 2023. 2. 7.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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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65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팝가수 비욘세가 역대 최다 누적 수상 기록을 경신한 순간을 만끽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소수자들과의 화해’.

5일(현지 시각)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미국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상, 제65회 그래미 어워드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흑인과 라틴계, 성소수자(LGBTQ) 등 사회적 비주류를 대변하는 수상자들과 공연이 대거 등장했다. 백인과 미국 내 주류 장르에만 상을 몰아준다는 ‘화이트 그래미’ 비판도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방탄소년단(BTS)은 K팝 가수 중 유일하게 3개 부문 후보로 올랐지만, 수상은 불발에 그쳤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시상식도 불참했다.

“푸에르토리코는 X나 대단해(Puerto Rico está bien cabrón, ey)!” 이날 그래미는 시상식 첫 포문을 영어 대신 스페인어로만 쓰인 배드 버니의 곡 ‘El apagón(암전)’으로 열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배드 버니는 스페인어 곡으로만 빌보드 차트를 석권해 온 라틴팝 대표 주자. 그는 이날 그래미가 지난해 라틴팝을 위해 신설한 ‘베스트 뮤지카 얼바나 앨범(Best Música Urbana Album)’을 받으면서 스페인어로 수상 소감을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래미 최다 수상자(32회)’ 기록을 새로 쓴 비욘세는 이날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감사드린다”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그는 올해 흑인 클럽 문화와 자신의 동성애자 삼촌 ‘조니’에 대한 헌정을 담은 정규 7집 ‘르네상스’의 곡들로 올해 9부문 후보에 올랐다. 비욘세는 이 중 4부문에서 수상했다. ‘4관왕’으로 헝가리 출신 지휘자인 고(故) 게오르크 솔티의 최다 그래미 수상 기록(31회)을 깼고, 남편이자 미국 힙합 가수 제이지와 함께 그래미 최다 후보 지명(88회) 기록도 갖게 됐다. 다만 올해 제너럴 필즈(4대 본상) 수상은 무관에 그쳤다.

BTS가 3년 연속 후보로 지명된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는 곡 ‘언홀리(Unholy)’의 샘 스미스와 킴 페트라스 듀오에게 돌아갔다. 독일 출신 팝가수 킴 페트라스는 특히 “그래미 최초의 트랜스젠더 수상자가 되어 영광”이란 소감을 남겨 스스로를 ‘제3의 성’으로 칭하는 샘 스미스와 함께 장내 기립박수를 받았다.

‘힙합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전설적인 미국 힙합 뮤지션 ‘닥터 드레’를 초대 수상자로 지정한 ‘닥터 드레 글로벌 임팩트상’ 신설도 눈길을 끌었다. 이어 엘엘 쿨 제이(LL Cool J), 아이스-T, 퀸 라티파, 버스타 라임즈 등 힙합 뮤지션들이 대거 출연해 약 20분간 기념 공연을 열었다. ‘흑인음악이 홀대받는다’며 비욘세와 캐나다 출신 래퍼 드레이크가 각각 재작년과 2018·2022년 시상식 참여를 거부했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선보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힙합 가수 최초 퓰리처상 수상자인 켄드릭 라마는 스튜디오 음반 ‘미스터 모럴스&더 빅 스테퍼스’와 수록곡들로 ‘베스트 랩 앨범’, ‘베스트 랩 노래’, ‘베스트 랩 퍼포먼스’ 3관왕을 차지해 명실상부 현 세대 최고 위치의 래퍼임을 입증했다.

“뚱뚱한 여성의 당당한 자존감”을 그린 곡 ‘About Damn Time’으로 그래미 대상격 본상 중 하나인 ‘올해의 레코드’를 수상하고, ‘올해의 앨범’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등에도 후보 지명된 ‘리조’는 특히 화제의 인물 중 하나였다. 빌보드 핫100 1위를 석권한 곡이긴 하지만, 비욘세, 해리 스타일스 등 유력 경쟁자를 제치고 수상한 건 예상 밖 결과란 반응이 이어져서다. 스스로도 100kg 넘는 몸을 가진 리조는 미국 내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몸을 사랑하자는 ‘몸 긍정주의’ 전파자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이날 시상식에는 리조가 진행을 맡은 미국 프라임방송의 예능 ‘리조의 덩치녀들 나가신다’의 출연진 제일라 로즈 설리번도 참석했다. “사이즈, 유색인종, 다양한 성정체성의 여성들에게 문을 열어준 분”으로 리조의 무대를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같은 변화는 그래미가 꾸준히 ‘편협한 시상식’이란 비판을 탈피하고자 다양성 증가를 추구해온 결과로 보인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는 2019년 이후 그래미상을 주관하는 전미 레코딩 예술과학아카데미(NARAS)의 회원 중 여성이 19%, 전통적으로 소수에 속한 회원이 38%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리조가 받은 ‘올해의 레코드’와 함께 그래미 4대 본상 중 대상 격으로 꼽히는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는 각각 영국 팝가수 해리 스타일스, 미국 포크 가수 보니 레이트에게 돌아갔다. ‘올해의 신인상’은 미국 재즈 가수 사마라 조이에게 돌아갔다. BTS는 무관에 그쳤지만 K팝 가수로선 최초 3년 연속 그래미 후보 지명·최다 부문 후보 지명 기록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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