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42] 지적 겸손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3. 2. 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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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증가함을 느낀다. 관련 담당자의 고민도 접하게 되는데 예를 들면 다양한 요구는 많은데 조직문화의 구체적 업무 영역을 정의하기는 어렵다 보니 본인이 번아웃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조직문화 관련 키워드를 하나 꼽자면 ‘다양성’ 이다. 인종, 문화, 성별, 가치관 그리고 취미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정말 다양하다. 다양성을 담당하는 임원(CDO, Chief Diversity Officer)을 고용하는 회사도 증가하고 있다.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그리고 소속감 등의 키워드가 기업의 안녕과 생존에 중요한 요인으로 관심 받고 있다.

‘나만 옳다’가 강한 사람을 다르게 표현하면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이 지적 겸손이다. 지적 겸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회의를 한다고 상상해 보자. 발전적 합의보다는 소비적 논쟁으로 끝나기 쉽고 관계, 우정마저 손상될 수 있다.

최근 한 지적 겸손 관련 연구가 흥미롭다. 우선 연구 참여자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 치열한 토론 영상을 찍었다. 이후 연구자들이. ‘절대적’ 같은 단어의 사용 정도, 목소리의 크기, ‘끄덕임’ 같은 대화 행동 등을 기준으로 지적 겸손을 평가했다. 다음 단계는 참여자들에게 19개의 가치에 순위를 매기게 했다, 예를 들어 ‘내 행동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란 가치부터 ‘타인이 다름을 받아들이는 수용’이란 가치 등이 존재했다. 그리고 왜 그 가치가 자신에게 중요한지 내면을 살펴보며 적어보는 작문을 시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다시 토론에 임하게 했을 때 지적 겸손이 상당히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어찌 보면 이상한 결과다. 내 가치에 순서도 매기고 내 생각과 감정을 담는 작문을 했으면 ‘내가 옳다’가 증가할 것 같은데 오히려 자기 확신의 강화가 타인에 대한 수용성이나 지적 겸손을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지적 겸손이 부족할 때 나오는 대표적인 행동 반응 중 하나는 타인을 무시하는 공격적인 반응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진정성 없이 빠르게 상대방의 주장에 동의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행동의 이면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프레임을 누군가 훼손하려고 할 때 느끼는 위협감이 존재한다. 그 위협이 자신을 보호하는 공격적 행동이나 반대로 굽실거리는 태도로 관심을 돌리는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 가설로 보자면 공격적이고 자신만 옳다고 하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 아닌 지적 겸손도 부족하고 자기 확신도 약한 사람이다. 그 사람이 보이는 지적 겸손의 정도가 내면적으로 진짜 강한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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