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차 계고장 찢은 이태원 유족… 분향소 강제철거될 듯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단체가 기습 설치한 서울광장 분향소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시는 분향소를 오는 8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라는 내용의 2차 계고통지서를 보냈다. 이번 통보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도 경고했다. 유족 측은 계고서를 찢어버리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시는 분향소 설치 당일인 지난 4일에도 이날 오후 1시까지 불법 점거물을 자진 철거하라는 내용의 1차 계고서를 전달한 바 있다. 시는 이날 오신환 정무부시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 “어떤 명분으로도 사전 통보조차 없이 불법·무단·기습적으로 설치된 시설물에 대해서는 사후 허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시의 대응 원칙”이라고 밝혔다.
오 부시장은 “유가족의 슬픔, 그리고 위로의 마음을 서울시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정치권에서는 유가족의 슬픔이라며 서울시가 온정을 베풀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기습적이고 불법적으로 광장을 점유한 시설을 온정만으로 방치한다면 공공시설 관리의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고 무질서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며 야권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 부시장은 “서울광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시민들간 충돌 가능성도 우려된다”며 “분향소와 위로 공간에 대한 유가족과 서울시 논의는 계속될 것이지만, 시설물 관리에 대한 분명한 원칙은 변함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도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행정기관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판례를 보면 계고를 2회 이상한 이후 행정대집행을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서울시는 과거 여러 차례 분향소 설치가 규제 대상이 아닌 관혼상제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분향소를 철거하라고 명령할 정당한 이유가 애초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분향소는 애초 정부합동분향소가 있던 자리 인근에 더 작은 규모로 설치돼 통행에 문제가 없다”면서 “불특정 시민의 자유로운 (공간) 사용이 방해될 것이라는 주장은 억측일 뿐”이라고 맞섰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5조에는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에는 제6조부터 제1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관혼상제 등 관련 집회는 옥외 집회 신고 의무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시는 이번엔 ‘서울광장의 사용·관리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광장을 사용하려면 시의 허가를 받았어야 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책회의와 유족은 지난 4일 녹사평역에서 참사 100일 국민추모대회 장소인 광화문광장 옆 세종대로까지 행진하던 중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했다. 유족 측은 서울시가 제안한 녹사평역 추모공간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오 부시장이 아침에 전화해 녹사평역 지하 4층을 분향소 자리로 제공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그곳은 유가족이 굴 속으로 들어가 목소리가 사그라들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한편, 유족 측은 경찰과 산발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대책회의와 유족은 이날 오전 “분향소 난로 설치를 막았다”며 시청사 항의방문을 시도했다. 이에 경찰은 통제선을 치고 출입구를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시청사 진입을 저지당한 유족 3명이 뇌진탕과 실신 등 증상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시청사 정문 현관 앞에 주저앉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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