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건강한 밥상은 지친 몸·마음 위로해줘요”

식재료, 텃밭과 주변 산·들서 공수
“매일 만들 음식 상상하면 즐거워”
실생활하며 터득한 레시피 강의
수강 마감 가장 빠른 ‘인기 강좌’
요리 수업 10년 정리한 책 발간도
“음식으로 행복한 경험 공유할 것”
경남 하동군 화개면 부춘마을에는 맛있는 냄새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집이 있다. 귀농·귀촌한 이들에게 각종 산나물과 제철 재료로 요리하는 법을 가르치는 양영하씨(57)의 집이 그곳이다. 부춘마을은 지리산 남부 능선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양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자연에서 제철 식재료를 바로 얻을 수 있어 매일 무엇을 만들지 상상하는 일이 즐겁다”며 “언제든 소박하지만 푸짐한 밥상을 내어줄 수 있는 것은 지리산 자락에 살고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2011년부터 지리산학교에서 ‘발효산채요리반’을 담당하는 양씨는 집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식재료 대부분 그의 텃밭과 집 주변 산과 들에서 ‘공수’한다.

지리산학교는 2009년 하동군 악양면에서 문을 열었다. 지역에 거주하는 작가들이 참여해 글쓰기, 기타, 가죽공예 등 30여개 강좌를 운영한다. 원래 사진반 수강생이었던 양씨는 종강 파티에 준비해간 음식 덕분에 이후 요리 수업을 맡게 됐다.
발효산채요리반은 지리산학교에서 가장 먼저 수강신청이 마감되는 인기 강좌다. 제철 과일이나 채소, 누룩 등으로 천연 조미료를 만들어 요리하고 도시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산야초로 만든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손주를 위해 건강식을 만들고 싶다는 할머니, 민머리를 모자로 가리고 김치 만들기에 열정을 보인 스님 등도 그의 열혈 수강생이다. 양씨는 병을 고치기 위해 왔다는 한 수강생에게 회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직접 담근 열무김치를 보냈다.
양씨는 “귀농·귀촌한 분들 중에는 이곳이 고향이 아니어도 지리산과 섬진강의 매력에 빠져 살러 오는 분들도 있다”며 “이분들이 마트도 시장도 먼 시골에서 텃밭을 가꾸고 자연에서 채취한 식재료로 건강한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양씨는 농사꾼이자 시인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산과 들에 나는 제철 식재료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는 “장에 가려면 산에서 30분을 걸어 내려가 버스를 타고 다시 한참을 가야 했다”며 “산에 지천으로 널린 먹을거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른 봄에 올라오는 각종 나물의 어린순으로 장아찌를 만들고 물김치를 담그고 부각을 만들었다. 그는 “새순부터 알뜰하게 요리해 먹으니 자연에 미안할 지경이었다”고 웃었다. 강의를 맡기 전까지는 요리를 따로 배운 적이 없다는 양씨는 지리산 생활로 자신만의 레시피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크면서 13년 산속 생활을 마치고 2003년 하동군으로 이사했다. 집을 짓고 99㎡ 크기 텃밭에 봄동, 케일, 루꼴라, 바질, 상추, 참나물 등 채소 수십여 종류를 심었다. 양씨가 직접 담근 된장과 간장, 고추장은 뜰에 있는 장독대에서 맛있게 익어간다.
그는 “먹을 만큼만 씨를 뿌려도 자연은 언제나 양껏 인심을 내어 준다”며 “주변에 나눠주니 인사는 내가 받는다. 자연에 절로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양씨는 지리산학교 요리수업 10년을 정리한 요리책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을 얼마 전 펴냈다. 사진반에서 배운 기술로 책에 들어갈 요리 사진도 직접 촬영했다. 그는 “소박하지만 건강한 밥상을 받는 이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고 음식이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한다는 믿음이 생겼다”며 “앞으로도 많은 분들과 음식을 통해 행복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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