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삶의 방향성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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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로 대중교통과 병원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었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편리와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되고, 소비를 통한 삶의 '만족'과 '행복'의 증진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팬데믹이 우리에게 던져 준 것은 바로 인간의 방만한 욕망 추구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난의 위험성과 생태계 파멸의 위기에 대한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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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로 대중교통과 병원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었다. 아직도 완전히 종식을 선언한 것이 아니기에 각별히 조심해야겠지만, 심적으로는 발생 초기에 가졌던 두려움과 무게감을 이제는 조금 내려놓을 수 있을 듯하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각 분야에서 팬데믹을 거치면서 잃어버린 사회적 좌표를 전반적으로 다시금 되찾고, 삶의 방향성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하여 '회복'이란 화두를 꺼내 들고 있다.
하지만 그 회복의 방향이 지금까지 인간들이 범했던 기존의 잘못을 다시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제적 활동의 신속한 원래 상태로의 전환과 일상성 회복만을 말하면서, 전 인류가 사소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마저 제한되고, 차단당했던 전대미문의 팬데믹이란 '재난'이 우리에게 남긴 의미와 교훈에 대해서는 쉽게 망각해버리고 돌아보지 않는 것 같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17세기 이후 인간들이 이룩했던 찬란한 과학 기술의 혁명적 성과와 팽창적 성장을 지향하는 산업화가 낳은 문제들에 대한 직접적인 반성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욕망 증가와 궤를 같이하는 측면이 있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편리와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되고, 소비를 통한 삶의 '만족'과 '행복'의 증진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인간의 풍요와 행복 증진을 위해, 자연 정복과 물질적 자원에 대한 착취와 희생의 강요는 언제나 정당화되어 왔다.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던 그 정당화의 결과가 자연 파괴와 균형 상실로 이어져, 오늘날 인간들이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재난 발생의 빈도와 강도가 날로 높아가고 있고, 현재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위기가 점차 가중되고 있음을 누구나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다.
팬데믹이 우리에게 던져 준 것은 바로 인간의 방만한 욕망 추구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난의 위험성과 생태계 파멸의 위기에 대한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한 경제적 활동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오직 경제적 '유용성'에만 초점을 맞추어 문제 해결의 방안을 세운다면, 인류가 지금보다 더 큰 재난의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재 직면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인류의 미래 생존을 담보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인간들이 가진 기존 삶의 패러다임 전환과 세계관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런 위기를 자초한 것도 인간에 의한 것이고, 그 위기를 극복하고 인류를 포함한 생태계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인간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만 한다는 '공존의 원칙'과 인간과 자연에 대한 '배려심'의 회복이 우선 요청된다. '공존의 원칙'과 '배려심'이 기반이 될 때, 자기 이익을 위하여 무절제한 사용이 가능함에도 실행하지 않을 수 있는 절제의 용기와 멈춤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고, 재난 속에서 고립되고, 파편화되어 버린 인간 존재의 가치에 대한 물음과 관계성 회복을 위한 사회적 연대나 협력도 모색하는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 노자가 "만족함을 알면 욕됨이 없고, 멈춤을 알면 위태함이 없다(지족불욕·知足不辱, 지지불태·知止不殆)"라고 말한 삶의 지혜를 다시 주목하게 되는 이유이다.
박승현 조선대 재난인문학연구사업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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