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VR 속 아찔한 산재…실감 나는 안전교육
추락·화재 등 실제 사례로 구성…“서면·영상보다 효과 좋아”
가상현실(VR)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한 노동자가 “으악!” 하는 짧은 비명과 함께 몸을 움츠렸다. 이 노동자는 VR 공간 속 고층 공사장 현장에서 막 추락했다. 작업발판과 안전로프도 없이 작업하다가 발을 헛디뎌 떨어진 것이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기기를 내려놓았다.
이는 서울 서초구가 지난 2일 양재동의 한 근린생활시설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상대로 VR 콘텐츠를 이용해 안전교육을 실시한 장면이다. 서초구는 대기업 건설 현장과 달리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제공·관리하기가 어려운 중소 규모 건설 현장을 찾아가 지난해 2월부터 교육을 진행해 오고 있다. 건축법상 연면적 2000㎡ 이하 공사 현장이 대상이다.
이날 현장 노동자들은 사무실에 마련된 임시 교육장에서 순서대로 VR 기기를 착용하고 추락, 건축자재 낙하, 용접으로 인한 화재 등 실제 공사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대표적인 사고 형태를 각각 체험했다.
가령 추락 프로그램의 경우 고층 작업 현장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나 골조 구조물을 디딜 때 나는 소리가 실감나게 구현됐다. 높이가 아찔했지만 추락을 막을 안전장치가 없어 노동자는 골조 구조물을 설치하다가 결국 추락했다.
노동자는 추락 상황을 체험한 이후 다시 작업발판 위로 돌아와 관련 안전수칙을 안내받게 된다. 추락 방지를 위해서는 보호구를 착용하고 로프 등 안전대를 구조물에 단단히 부착해야 한다. 작업발판과 안전방망도 설치됐는지 확인하고 점검해야 한다. 낙하물 사고나 화재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관련 수칙도 안내된다.
이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사장 내 안전사고 중에 가장 빈번한 유형이다. 고용노동부의 2020년 산업재해 현황 분석 통계에서도 건설 현장 사고사망자 중 ‘떨어짐’(51.5%)이 가장 많았고, ‘물체에 맞음’(9.2%), ‘부딪힘’(8.3%)이 뒤를 이었다.
노동자 김인섭씨(33)는 추락 VR 교육을 마친 뒤 “공사 현장 경력 2년 만에 VR 교육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며 “기존에 받던 영상교육은 1시간만 지나도 다 잊어버렸는데 VR 체험은 높은 곳에서 일할 때 계속 생각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관리 담당자인 장희찬씨(28)는 “서면이나 영상 교육보다 노동자들의 집중도가 높고 효과도 더 좋다고 느낀다”고 했다. 김만봉 현장소장(55)은 “회사에서도 안전교육을 하지만 VR 장비를 자체적으로 갖출 수 없어서 구청 협조를 받아 교육하고 있다”며 “주요 공정에 들어갈 때나 분기별로 구청에 요청해 교육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의 VR 안전교육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중국어와 영어로도 제공되고 있다. 현재 프로그램은 1년째 같은 내용이 제공되고 있다. 서초구는 향후 질식, 중장비 충돌, 끼임 사고 등 더 다양한 건설 현장 사고 유형을 만들어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할 예정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총 60곳에서 VR 안전교육을 실시했다”며 “교육 종류를 확대하는 한편 기계 해상도와 착용감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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