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부당한 청탁에 권한 남용해 특감반 감찰 중단시켜”

김희진 기자 2023. 2. 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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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감찰 무마’ 유죄 판단한 1심 판결문 보니
“백원우 전 비서관 통한 친문 인사들 청탁 알고 있었다” 적시
“자녀 입시 비리 그릇된 인식…반성 없는 모습에 징역 2년형”

“유재수씨를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 못하고, 감찰 무마라는 혜택을 줄 동기나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조국 전 장관)

“한마디로 규정하면 피아 구분으로 법치주의를 말살시킨 사건입니다.”(이정섭 부장검사)

2018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은 ‘중단’된 것일까 ‘종결’된 것일까. ‘유재수 감찰’ 종료가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의 적법한 권한행사였는지, 직권을 남용한 부당지시였는지는 3년간 이어진 조 전 장관 재판에서 마지막까지 첨예한 쟁점 중 하나였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등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내 편’과 ‘상대편’을 나눠 권력과 가까운 사람의 비위를 묻어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 전 장관 측은 정당하게 이뤄진 정무적 판단을 두고 검찰이 ‘직권남용죄’를 도구 삼아 기소권을 남용한 사례라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재판장 마성영)는 “조 전 장관이 감찰이 진행되던 중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을 개입시킨 후 그의 의견까지 수용해 감찰을 중단시키고 전례 없던 후속 조치를 취하게 된 가장 주된 동기는 백 전 비서관을 통하거나 자신에게 직접 전달된 정치권의 구명 청탁을 들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결론내렸다. 구명 청탁을 받은 적 없고 민정수석으로서 정상적으로 정무적 판단을 했다는 조 전 장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6일 357쪽에 달하는 조 전 장관 1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당시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등 ‘친문’ 인사들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을 접촉해 유 전 부시장 구명운동에 나선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또 조 전 장관은 백 전 비서관 등을 통해 친문 인사들이 부정청탁을 해온다는 사실을 알고도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고 봤다.

법원은 특히 특감반이 감찰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감찰이 중단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 전 장관이 특감반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본 것이다. 다각도 구명 청탁에 압박을 느낀 특감반과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특감반이 청탁으로 인해 압박을 느낀다’ ‘감사계속·수사의뢰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로 보고했음에도 조 전 장관이 눈감았다는 것이다.

법원은 당시 상황에 비춰보면 직제에서 규정한 원칙적 절차에 따라 ‘수사기관에 수사의뢰 혹은 이첩’하는 것이 가장 합당한 처리 절차로 보이는 점, 특감반 감찰의 후속 조치로 관계기관에 인사조치 요구를 통보하면서 감찰자료를 보내지 않은 사건은 유 전 부시장 건이 유일한 점 등을 감찰이 부정하게 중단됐다고 판단한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사정 권한을 부여받은 조 전 장관이 스스로 공정의 잣대를 임의로 옮겨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와 사정기관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죄책이 무겁다”고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 두 쪽에 걸쳐 조 전 장관을 징역 2년에 처한 이유를 설명했다. 자녀 입시비리 관련 범행에 대해 “당시 저명한 대학교수로서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피고인에게 요구되던 우리 사회의 기대와 책무를 모두 저버리고 오로지 자녀의 입시에서 유리한 결과만 얻어낼 수 있다면 어떤 편법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이어 “범행으로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음은 물론, 피고인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로 인해 극심한 사회적 분열과 소모적인 대립이 지속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은 법정에 이르기까지도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잘못에 대해선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죄책에 상응하는 중한 처벌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지난 3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 전 장관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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