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탄소 배출 없이 전력 생산…수소 혼소 발전, 현실과 과제는?

김가람 2023. 2. 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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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KBS는 최근 제주도의 에너지 대전환 브리핑을 계기로 수소 혼소 발전에 대한 기획보도를 전해드렸는데요,

이 기획보도를 이어온 김가람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김가람 기자, 수소 혼소라는 말이 생소한데 어떤 걸 의미하는 건가요?

[기자]

네, 먼저 수소는 흔히 알고 계시는 것처럼 물을 구성하는 원소인데 혼소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죠.

혼소는 한자어인데요,

혼은 섞을 혼자이고 소는 불사를 소자입니다.

말 그대로 섞어서 태운다는 뜻입니다.

사전적인 정의를 따져보면 두 종류 이상의 연료로 하는 연소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수소 혼소는 어떤 연료에 수소를 섞어서 태운다는 뜻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최근 도내에서 수소 혼소가 왜 이슈로 떠오른거죠?

[기자]

네, 지난달 제주도가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서겠다며 에너지 대전환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여러 계획들이 담겼고 그 중 하나가 전력 생산 부분인데요,

현재 도내에서는 액화천연가스, 즉 LNG로 발전하는 화력발전소를 비롯해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재생에너지나 그린수소만으로 전력을 생산하겠다고 밝힌 건데요,

이를 위해서 현재 화력발전소에 쓰는 LNG에 일정 부분 수소를 섞고 추후에는 완전히 수소로 대체한다는 구상을 내놓으면서 수소 혼소 기술이 등장한 겁니다.

[앵커]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LNG에 수소를 섞어서 발전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 건가요?

[기자]

네, LNG는 석탄보다는 비교적 청정 에너지지만 연소 과정에 탄소를 배출합니다.

때문에 최근 주목 받는 게 바로 혼소인데 그림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먼저 기존 방식에서는 LNG를 태워서 발전기를 돌리는데 앞서 말씀드린대로 탄소가 배출됩니다.

그런데 수소 혼소, 말 그대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를 섞어서 태우면 섞는 비율에 따라 탄소가 줄게 되고, 나아가 수소만 원료로 쓰면 탄소 없이 물만 배출하게 되는 겁니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는 최근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수소 혼소 발전 도입을 명시했고요,

제주도 역시 새로운 LNG 발전소를 지을 때 수소혼소 설비를 도입하고 기존 발전소에도 수소혼소 기술을 도입한다고 밝힌 겁니다.

[앵커]

설명해주신대로면 좋은 발전 방식인 것 같은데 당장 도입은 어려운 건가요?

[기자]

네, 그림을 보시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지금 보시는 장면은 LNG를 태워서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 내부의 연소기인데요,

먼저 LNG를 태우면 파란 불꽃이 고르게 타오르죠.

그런데 수소를 섞을 수록 불꽃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더니 비율을 70%까지 높이자 한쪽에 치우쳐 강하게 타오릅니다.

수소의 반응 속도가 LNG보다 빨라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기존 LNG 설비는 화염이 중심에 있을 때를 기준으로 냉각 기술이 적용됐는데요,

수소 비율이 높아질 경우 냉각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부분에 많은 열이 가해지면서 기계적 결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비롯해 수소와 LNG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바로 혼소를 도입하기는 어렵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수소 혼소를 위한 기술은 어느 정도까지 발전한 건가요?

[기자]

네,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말씀드릴 수 있겠는데요,

먼저 기존의 LNG 설비에 수소를 섞는 방식과 아예 수소 혼소를 염두에 둔 설비를 개발하는 방식 두 가지입니다.

먼저 기존 설비에 수소를 섞어서 발전하는 방식인데요,

기존 LNG 설비를 모두 폐기하면 경제적 손실이 크기 때문에 추진되는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한전 전력연구원 등에서 기존 LNG 설비에 어느 정도까지 수소를 섞을 수 있고 또 어떻게 운영하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벌이고 있는데요,

이 같은 방식은 제주에서도 한림화력발전소에서 실증 연구에 들어갈 계획에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처음부터 수소 혼소를 염두에 둔 설비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네, 우선 미국을 중심으로 절반 가량 수소를 섞을 수 있는 설비가 조만간 상업운전에 나설 전망이고요,

국내에서도 수소를 30% 섞는 시험을 마친 데 이어 오로지 수소로만 발전하는 설비 개발도 본격 추진되고 있습니다.

앞서 기존 설비로 수소 혼소 실증을 추진할 예정인 한림화력발전소에서도 2025년부터는 수소만을 쓰는 설비의 실증 연구가 이뤄질 계획입니다.

[앵커]

말씀을 들어보면 기술이 상당 수준 올라왔네요,

조만간 수소 혼소가 도입되면 탄소 배출이 크게 줄어드는 건가요?

[기자]

그러면 좋겠습니다만 당장 획기적으로 줄게되는 건 아닙니다.

수소를 섞는다 하더라도 일정 부분은 LNG가 남아있기 때문에 탄소를 배출하는데요,

참고해야 하는 건 LNG에 수소를 30% 섞는다고 해서 탄소 배출량이 30%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은 LNG에 수소를 섞는 비율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나타내는 그래프인데요,

수소는 LNG와 비교해 같은 부피일 때 발열량이 낮기 때문에 절반 가량을 섞는다해도 탄소 저감률은 20%대에 그치게 됩니다.

또 수소를 많이 섞을 수 있는 설비가 도입된다고 해도 당장은 운영 상의 신뢰도 검증 때문에 급격히 수소 비율을 올리기 어렵고, 수소 생산 가격이 아직 비싼 것도 걸림돌로 남아있습니다.

[앵커]

네, 잘 알겠습니다.

다음 순서로는 수소 혼소를 위한 인프라도 짚어보죠.

기술이 있다고해도 관련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제 현장에는 도입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먼저 수소 생산 분야인데요,

혼소 기술을 갖추고 있어도 일단 발전기에 투입할 수소를 조달하는 것이 큰 과제인데요,

현재까지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서 수소를 가져오지 않고 도내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로 조달할 계획입니다.

그린 수소라는 개념이 생소할 수 있는데요,

기존 수소는 천연가스 같은 화석 연료에다가 수증기를 반응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만들어 탄소를 배출하는데, 그린 수소 같은 경우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만들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대신 가격이 더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제주도는 지난해 그린수소 상용화 도전을 선언하면서 2026년까지 구좌지역에 12.5MW 규모 생산기지를 만들어 매년 1천 백여 톤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는 하지만 앞서 설명드린 한림화력발전소만해도 현재의 발전 수준을 유지한다고 했을 때 수소를 20% 섞을 경우 매년 2천 백여 톤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계획된 그린수소 생산량은 한림발전소 한 곳의 연간 필요량에도 절반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더 많은 생산시설 구축이 필요합니다.

[앵커]

수소 운송은 어떤가요?

[기자]

네, 잘 지적해주셨는데요,

적은 양의 수소는 전용 차량으로 옮길 수는 있지만 발전용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결국 배관으로 옮겨야 할텐데 수소의 특성 때문에 기존 LNG 배관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원소 크기가 작은 수소가 배관으로 침투하면서 파손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존 LNG 배관에는 10에서 15% 수준만 섞어서 운반할 수 있어 보이고요,

결국 혼소 비율이 높아질수록 별도의 전용 배관이 필요하게 될텐데 많은 예산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앵커]

수소 혼소 도입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가 적지 않네요.

또 생각해볼만한 부분이 있을까요?

[기자]

네, 수소 혼소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건 맞습니다만 조금 근본적인 부분인데요,

과연 제주도의 구상대로 그린수소를 발전용으로 쓰는 게 맞느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습니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으로 전기를 만든 뒤 이 전기로 수소를 만들어서 다시 전기를 만드는 게 맞냐는 건데요,

이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특히 그린수소의 경우에는 말씀드린 것처럼 생산단가가 높습니다.

특정 시간 재생에너지가 넘쳐나 출력제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남는 전기를 수소에 저장한다는 측면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소위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는 겁니다.

이런 고민을 비롯해 말씀해주신 것처럼 남은 과제가 적지 않은 상황인데도 제주도 차원의 구체적인 계획들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특히 제주도는 혼소를 조건으로 2028년까지 300MW 수준의 LNG 발전소 건립 계획을 밝혔는데요,

현재 기술 수준을 면밀히 분석해 탄소 중립과 안전성, 효율성을 담보할 정책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네, 구체적인 후속 계획들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주도가 말하는 에너지 대전환은 장밋빛 전망에 그칠 수밖에 없겠네요.

오늘 소식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김가람 기자 (gara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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