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물노동자 최저운임’ 폐지가 화물운송산업 정상화라니
화물연대 총파업의 쟁점이던 화물차 ‘안전운임제’가 화주 처벌 조항을 삭제한 ‘표준운임제’로 개편되는 방안이 6일 확정됐다. 당정은 이날 이런 내용의 ‘화물운송사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표준운임제는 운송사가 화물차 노동자에게 주는 운임은 강제하되, 화주와 운송사 간 운임에는 강제성을 두지 않고 매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다. 화주가 적정운임을 주지 않더라도 처벌받지 않게 된다. 과로·과속·과적에 시달리는 화물운송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안전운임제였는데, 이 3년 한시법의 연장을 거부하더니 노골적으로 화주의 편을 드는 방안을 내놨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기업 이윤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기사와 운수사업자, 화주,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인건비와 유류비 등을 종합 고려해 적정한 운임을 정하는 제도다. 적정 운임 보장을 통해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줄여 교통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공익적 합의구조다. 그렇다면 이를 다른 분야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정부는 도리어 이를 후퇴시켰다. 당정이 발표한 표준운임제는 운임결정 때 가장 우월한 지위에 있는 화주의 책임을 면제해 화주가 ‘운임 후려치기’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다. 운송사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바로 부과하는 게 아니라 시정명령부터 내린 뒤 과태료를 순차적으로 올리고 액수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운임을 강제하지 않고 처벌도 약화시키면서 어떻게 화물 노동자 운임을 보장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새 제도를 발표하면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4조원 이상의 국가경제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안전운임) 제도를 일몰시켰다”고 했다. 표준임금제 도입이 파업에 대한 보복성 조치임을 숨기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을 “북핵 위협”에 비유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이라고 한 것은 이번 조치의 예고였던 셈이다. 노동자들이 왜 파업에 나섰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화물차 노동자들은 소득을 벌충하기 위해 졸음운전과 과속 운행을 무릅써야 한다. 위험은 운전자 자신뿐 아니라 도로에 나선 시민들에게 전가된다. 노동계를 잡겠다며 시민 안전은 내팽개친 윤석열 정부의 폭주에 제동이 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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