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살 천재 유격수에게 물었다…"팬들에게 '낡지마' 들으면 어때요?"
[스포티비뉴스=시드니(호주), 김민경 기자] "낡지 말란 말 들으면 어때요?"
두산 베어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8)는 최근 팬들에게 '낡지 말아 달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김재호는 중앙고를 졸업하고 2004년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했을 때부터 '천재 유격수' 소리를 들었다. 20대 때는 손시헌이라는 큰 벽에 막혀 백업으로 오랜 기간 고생했지만, 2014년 주전으로 도약한 뒤로는 두산의 황금기를 이끈 대표 유격수로 자리를 잡았다. 두산에 몇 남지 않은 2015, 2016, 2019년 우승 주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2시즌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2021년과 2022년 통틀어 191경기에서 타율 0.212(434타수 92안타), OPS 0.565, 45타점, 49득점에 그쳤다. 선발이 아닌 교체 선수로 경기에 투입되는 날이 늘면서 수비에서 김재호답지 않은 잔 실수도 나왔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3년 25억원 FA 계약을 한 뒤라 팬들의 목소리가 곱지만은 않았다. 전성기 시절 김재호를 떠올리며 '낡지 말아 달라'고 응원하는 팬들도 있었다.
김재호는 낡지 말아 달란 말을 들으면 "조금 창피하다"고 했다. 그는 6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블랙타운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떻게 보면 안타까워서 그런 이야기를 하셨을 것이다. 수비적으로 우리 팀이 많이 불안했기에 그런 말씀을 한 것이다. 결국 우리 팀 수비가 떨어졌다는 게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어 "내가 있고, 허경민이 있는데 팀 수비가 약해졌다고 하면, '너네만 잘하고 후배는 안 챙기냐' 이런 느낌이 든다. 팀이 다 같이 수비는 잘했으면 한다. 지금은 많이 부족하다. 예전에는 항상 팀 수비가 상위권이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하위권으로 내려왔다. 그만큼 친구들이 공격만 참여하려 하고 수비는 생각 안 한다는 것이다. 내가 주장일 때는 정말 수비에서 실수 하나가 나오면 진짜 예민하게 했었다. 그만큼 수비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더는 두산 수비가 흔들릴 때 '전성기 김재호'를 추억하지 않도록 후배들이 더 빨리 성장하길 바랐다. 김재호는 "주축들이 후배들에게 수비의 중요성을 주입시켜야 한다. 실책 하나 하고 '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가 아니라 연습을 실전같이 해야 한다. 그런 책임감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재호 스스로도 반성하고 달라지겠다고 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김재호는 훈련을 앞두고 몸풀기를 할 때 가장 앞에 서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다짐을 지키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김재호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서다. 나는 나이를 먹었으니까 뒤로 빠진다는 게 아니라. 약간 내가 앞에서 움직이고 파이팅을 하면 후배들도 많이 하게 된다. 지난 시즌 끝나고 팀 친구들과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했다. '작년에는 뒤로 많이 빠져 있어서 미안하다. 너희에게 조금 더 팀을 위해 쓴소리도 해주고 칭찬도 해주고 그랬어야 했는데 내가 못했다. 올해부터는 형이 앞장서서 쓴소리를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실천하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팀 전력이 탄탄해지기 위해서는 김재호의 몫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김재호의 역할이 중요하다. 젊은 선수들만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없다. 주전으로 못 나가더라도 경기 후반에 대수비라도 해줄 수 있다. 예전에 주인공이었다면 지금은 ‘조연을 맡아줬으면’ 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멘토 역할까지 같이 해주면 팀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재호는 "결과적으로 지금 주전 유격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하신 것이다. 누군가는 팀의 주전 유격수가 돼야 팀이 안정된다. 제일 중요한 자리에 선수가 있어야 하는데, 자꾸 바뀌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알다시피 센터라인이 강해야 팀도 강해진다. 누군가는 자리를 잡고 있어 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되니까. 팀 자체가 흔들린다. 어린 친구들이 주전을 꿰차기 전까지는 내가 경쟁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후배들이 빨리 성장할 수 있는 도우미를 원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캠프에서는 이유찬, 안재석이 김재호와 함께 유격수로 훈련하고 있다. 김재호는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두 선수 다 경기 수가 적다. 결과적으로는 경험이다. 경험을 많이 해봐야 하고, 그러려면 주전 유격수가 돼야 한다. 많은 경험을 해야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호는 계약 마지막 해인 만큼 후회가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쏟고 싶다고 했다. 그는 "후회 없이 해보려 한다. 은퇴하면 선수는 무조건 후회는 한다. 그 후회를 조금이라도 덜 아쉽게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은퇴하고 어떤 일을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그 생각이 들면 그때 떠날 것"이라고 유쾌하게 답하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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