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의 망각, 사실은 두뇌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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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0월 4일 이스라엘의 엘 알 화물 수송기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교외의 아파트 단지에 추락해 주민 39명과 승무원 4명이 사망했다.
네덜란드 언론에선 이 비극적인 사고를 연일 보도했고, 사건 10개월 뒤 심리학자들은 네덜란드 대학생들이 비행기 추락 사고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조사했다.
유도 질문이나 타인의 반응에 따라 일어나지도 않았던 일이 마치 일어난 것처럼 잘못된 기억이 두뇌에 기입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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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두뇌의 기억…실상은 정보 걸러주는 필터
기억의 오류는 인간 정신의 바람직한 진화의 산물
1992년 10월 4일 이스라엘의 엘 알 화물 수송기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교외의 아파트 단지에 추락해 주민 39명과 승무원 4명이 사망했다. 네덜란드 언론에선 이 비극적인 사고를 연일 보도했고, 사건 10개월 뒤 심리학자들은 네덜란드 대학생들이 비행기 추락 사고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조사했다. 그들은 사고 당시 모습이 마치 텔레비전에 방영된 것처럼 답했다. 응답자 65%가 언론 매체를 통해 비행기 추락 사고 영상을 보았다고 답한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실제로 비행기가 추락한 영상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유도 질문이나 타인의 반응에 따라 일어나지도 않았던 일이 마치 일어난 것처럼 잘못된 기억이 두뇌에 기입된 것이다.
이 책은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기억은 어째서 불완전하고 그 기억으로 인해 우리는 어떤 곤경에 처하게 됐는지 살펴본다. 심지어 마음을 뒤숭숭하게 하는 기억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선사하기도 한다. 우리의 기억 체계는 어쩌다 이토록 성가시다 못해 종종 위험천만한 특징을 보이게 되었을까.
이 책을 쓴 대니얼 샥터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억의 오류를 7가지로 분류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한 정보가 사라지는 '소멸', 갑자기 사람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막힘', 일어난 적도 없는 사건을 일어났다고 믿는 '오귀인'(誤歸因), 누군가에 의해 잘못된 정보가 뇌에 각인된 '피암시성'(被暗示性), 가짜 뉴스나 편견 등에 따른 편향, 밤에 누워 낮에 한 실수를 떠올리는 '지속성' 등이다.
그렇다고 기억의 오류가 단점만을 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점이 더 크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망각은 우리 머릿속에서 무의미한 정보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트라우마나 부정적 경험을 지우기도 하는데 부정적 경험은 긍정적 경험보다 더 빨리 지워진다. 기억의 오류 중 '편향'(정서적 퇴색 편향) 덕택이다. 또 '막힘'은 기억억제 능력과 관련이 있는데 이는 심리적 행복에 기여해 우울증 극복에 도움을 준다. 딴생각은 과거의 경험에 근거해 미래에 일어나는 일을 시뮬레이션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이 책의 저자는 기억의 오류를 인간 정신에 바람직한 진화의 산물로 바라보고 있다. 기억이 현재에 대한 정보를 주거나 경험 요소를 보존해 이를 참고하도록 하면서도 때로는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 수 있는 득 될 것이 없는 정보를 걸러주는 필터가 되기도 한다. '아차!' 하며 무엇을 깜빡해 자신의 기억력에게 질타를 날렸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우리를 위해 기억의 오류를 일으킨 두뇌의 따듯한 배려심을 깨닫게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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