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강요되는 `구독`, 소유의 종말 오나

2023. 2. 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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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겸 연구교수

추운 겨울에는 차에 시동 걸고 열선 버튼을 가장 먼저 누른다. 앞으로는 열선시트를 쓰려면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작년 7월 'BMW 엉따'(엉덩이따뜻) 사건이 언론에 집중 보도됐다. BMW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구독형 옵션 패키지인 '커넥티드 드라이브'는 열선시트와 스티어링 휠 열선 등을 일정 금액을 내고 매월 또는 매년 단위로 구독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열선시트는 1개월에 2만4000원, 1년에 23만원이다. 원래 차에 있는 열선시트까지 돈을 내고 구독하라고 하니 엄청난 비난에 직면하게 되었고, 결국 BMW코리아는 한국에 적용할 계획은 없다고 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석 달 전(2022년 11월) 메르세데스 벤츠가 연간 1200달러(약 150만원)를 내면 전기차 가속력이 향상되는 구독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서비스를 구독하면 제로백(0→100㎞/h)이 기존 대비 0.8초에서 1초가량 빨라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구독 서비스는 연 단위 구독으로 매년 1200달러를 내지 않으면 가입 1년 후 차단된다.

이뿐만 아니라 벤츠는 유럽 국가에서 전기차 EQS의 옵션인 후륜 조향 기능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연간 약 70만원의 구독료를 내면 후륜 조향 기능을 선택해 뒷바퀴를 10도까지 꺾을 수 있다. 통상 뒷바퀴가 4.5도로 꺾이는 것과 비교할 때 10도가 되면 차선 변경과 주차할 때 더 유용하다고 한다. 자동차의 페달부터 조향 그리고 열선까지 모두 다 구독해야 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자동차 그 자체를 구독하는 서비스는 예전부터 있었다. BMW, 볼보, 토요타, 현대자동차 심지어 포르쉐까지 자동차 구독서비스를 몇 년 전부터 하고 있다. 자동차 자체 즉 하드웨어의 구독서비스는 이제 오래된 구독모델이다. 이제는 자동차 내 소프트웨어를 구독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미래 자동차(모빌리티)의 큰 특징은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더 이상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는 달리는 학교, 학원, 사무실, 영화관, 게임방, 도서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달리는 스마트팩토리도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자를 시킨다면 주문 접수와 동시에 자율주행차에서 만들면서 배달을 하면 된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자동차 메이커회사가 지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4월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자동차 내부로 침투하는 구독경제' 보고서에 의하면 향후 자동차 구독 서비스부문의 영업이익은 11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글로벌 12개 업체(상위 11개 완성차 제조사+테슬라)의 2019∼2021년 연평균 영업이익인 1090억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다. 심지어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수치는 구독서비스 기반의 다른 BM 또는 데이터 가치에 대해서는 반영하지 않은 숫자라고 한다.

향후 자동차 판매보다 자동차 관련 구독 서비스 이익이 2∼3배 정도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 1위인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첫 양산 전기자동차 bZ4X를 작년 5월에 일본에서 출시했다. 그런데 개인 판매는 하지 않고 매월 약 86만원을 지불하는 구독 서비스만 제공한다. 도요타는 자사 월정액 구독형 서비스 킨토(KINTO)를 통해서만 전기차 bZ4X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제 자동차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고 오직 구독만 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모든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를 구독으로만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강제로 구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필자는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사전 대비해야 한다고 여러 채널로 이야기했다.

미국에서 차량 하드웨어 기능 관련 구독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이 작년에 발의됐다. 해가 바뀐 2023년 국토교통부 등 관련 경제부처와 우리나라 국회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강제 구독의 시대는 비단 자동차 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박탈된 미래가 오고 있다. 어쩌면 경제불황 및 양극화, 강제 구독의 시대 등으로 우리의 미래에는 그 무엇도 소유할 수 없는 소유의 종말 시대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 구독경제 시대에 걸맞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동시에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양수겸장의 정책과 입법이 절실한 시기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이에게 미래는 그저 앞으로 지나갈 불행한 과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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