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코인` 상폐위기까지… 국회, 가상자산법 방치로 피해 눈덩이

신하연 2023. 2. 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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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는 물론 320만 실사용 결제자 혼선
루나·테라, 위믹스 사태에도 안전망 부재
여소야대 정국에 관련법안 14건 계류 중

국내에서 유일하게 실사용이 가능한 코인으로 꼽혀왔던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 페이코인이 상장 폐지 위기에 처했다. 국회에서 업권법이 계류되고 있는 동안 투자 피해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 루나·테라 사태와 위믹스 상장 폐지로 투자자가 피해를 겪는 동안에도 당국 차원의 안전망은 부재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6일 회의를 열고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에서 페이코인(PCI)을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논의, 3월 말까지 현행 투자유의종목 지정을 유지키로 했다.

◇당국 '규제 구멍'에 코인 투자자 피해 이어져… "결제형 가상화폐 프로젝트 좌초"

지난달 6일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은행 실명계좌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페이코인의 가상자산 사업자 변경 신고 불수리를 결정하면서 닥사도 페이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당일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 페이코인은 30%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6일 오후 4시30분 페이코인 가격은 1개당 143.4원으로, 고점이었던 2021년 11월 18일 2790원과 비교하면 95% 내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페이코인 발행사 페이프로토콜은 지난달 26일 FIU 원장을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서울행정법원에서 지난 3일 관련 건을 각하 결정하면서 결국 페이코인 결제 서비스는 예정대로 지난 5일 오후 6시 종료됐다.

페이코인은 뚜레쥬르, 피자헛, 버거킹, 이디야커피, 주요 편의점 등 전국에 가맹점 15만곳과 이용자 320만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페이코인 결제 중단 시 코인 투자자뿐 아니라 결제 실사용자와 가맹점의 혼선도 예상된다.

페이프로토콜 측은 "가상자산 사업자 변경신고서를 다시 제출하기 위한 은행 실명계정 발급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 변경 신고를 완료하고 결제서비스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첫 결제형 가상화폐 프로젝트의 좌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국제적 기준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동안 규제 공백이 이어져 투자자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가상자산 관련해서는 자금세탁 등 금융범죄를 막기 위해 만든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유일한데 가상자산의 정의와 사업자의 의무만 겨우 명시하고 있어 필요 최소한의 규제도 부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위믹스 코인의 선례에서도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위믹스의 경우 발행사 위메이드가 유통량을 허위공시하면서 불거진 문제라는 점에서 페이코인과는 결이 다르긴 하지만 당시에도 상장폐지, 공시 등 기준 미비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앞서 지난해 11월 24일 상장폐지가 공시된 직후 위믹스는 전일 종가(업비트 기준) 2350원에서 70% 이상 내린 689원까지 하락했고, 다음달 7일 법원에서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 효력정지 가처분을 기각하면서 추가로 67% 이상 폭락했다. 정확한 위믹스 홀더의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가총액 기준 4000억원 이상이 증발했다. 결국 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주지 않으면서 피해는 결국 코인 투자자들이 보고 있는 셈이다.

상장폐지 당일 위메이드 주가는 코스닥 시장에서 20% 이상 빠졌고 위메이드 자회사인 위메이드맥스와 위메이드플레이도 각각 22.18%, 5.71%씩 급락했다. 위믹스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다.

◇여소야대 정국에 늦어지는 입법… 특금법 외엔 당국 법적 권한 없어

금융당국은 사실상 닥사에 암호화폐 상장 등 결정권을 일임하고 있다. 현재 암호화폐 관련해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는 물론 불공정 거래 여부 등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닥사 차원에서 자체적인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긴 하지만, 닥사 소속 5대 원화거래소 중 상위 2개 거래소가 국내 거래소 업계의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독과점' 권력이라는 잡음이 끊임없이 불거진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회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지면서 현안에 대한 합의가 늦어지고 있다는 업계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가상자산 관련 법안 14건이 국회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국회가 최근 정치적인 이슈로 정신이 없다보니 업계 대관 인력과 비서관들의 미팅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라며 "국회에서의 논의가 미뤄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토큰증권(ST)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에 관심을 집중하다보니 '비증권형'의 영역인 가상자산 업권법은 상대적으로 처리가 밀리고 있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태동기에 불과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보니 발의돼 있는 가상자산 업권법에 뜬금없는 법안이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며 "가상자산시장 내 다양한 업권의 이야기를 청취하고 법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당국의 행정적 처리가 늦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금융위는 현재 1단계로 고객자산보호, 불공정 거래 규율 등 이용자보호 규제를 우선 도입하고 이후 국제 기준이 가시화된 이후에나 2단계로 가상자산 발행·공시 등 시장질서 규제를 보완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 등을 위한 민관 합동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를 출범, 매달 회의를 진행 중이지만 5대 원화거래소를 비롯한 코인거래소 등 업계의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닥사로 대표되는 원화 거래소 외에도 은행 실명계좌 인증을 받지 못한 코인 거래소와 가상자산 보관업체, 발행업체 등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인데다가 각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장우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더 많은 가상자산사업자를 품어 법적 규제 내에 뒀을 때 투자자 보호가 되는 것"이라면서 "사업자 기준이 규모와 특성별로 세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가상자산사업자 인증 요건인 은행 실명계좌 발급 심사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연합회(KDA) 회장은 "정기국회 전에 디지털자산 2단계 법안을 입법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국민들에게 기준을 명확히 제공하고 예측 가능성을 줘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실무부처인 금융당국의 행정적인 후속조치가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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