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사전 질문 아니면 질문 안 받겠다는 주중대사
6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주중한국대사관. 지난해 8월 취임한 제14대 주중대사 정재호 대사가 베이징 특파원단을 대상으로 현안 브리핑을 진행했습니다. 취임 후 두 번째 공식 브리핑이자,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만에 재개된 브리핑입니다. 브리핑은 초유의 형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대사가 미리 준비해온 모두 발언을 원고대로 낭독한 뒤, 사전에 서면으로 접수받은 특파원단의 질문 3개를 대사가 직접 읽고, 역시 미리 준비해온 답변을 낭독하는 식이었습니다. 브리핑은 20분 만에 끝이 났습니다. 배석한 10여 명의 대사관 고위 인사들은 가만히 앉아 있다 돌아갔습니다. 현장에서의 기자 질문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사전에 접수받은 기자 질문은 지난 3일까지, 즉 사흘 전까지 접수받은 것들이었습니다. 주말 사이 중국발 한국 입국자 중 단기 체류자의 코로나19 양성률이 처음으로 '0'을 기록했고, 중국의 '정찰 풍선'을 놓고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충돌했습니다. 이런 '최신' 현안에 대한 기자단의 질문 기회는 봉쇄됐습니다. 정 대사는 앞으로도 이런 식의, '사흘 전까지 접수된 서면 질문에 한해서만 답하는' 식의 브리핑을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대사관을 통해 특파원단에 전해왔습니다.
"사흘 전 서면 질의에 한해 답변"…"대통령도 이런 식으로 안 해"
정재호 대사와 대사관 측이 '브리핑 원칙 파기' 사례로 든 기사는 대사의 일문일답 내용을 기사화한 것이었습니다. '전임 대사 때와 달리 왜 대사가 참가하는 행사 등에 대한 보도자료가 없느냐'는 질문에 정재호 대사가 "대사를 처음 해 봐서 몰랐다"고 답했고, '소통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취지의 질문엔 "업무추진비 넉 달 치를 행정직원 추석 선물에 기부해 업무추진비도 없다"고 답했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대사관 측은 이 기사가 '브리핑의 모두 발언은 실명 보도하되 일문일답은 비실명 보도한다'는 브리핑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보도 내용은 차치하고 정재호 대사의 실명을 거론해 보도한 것 자체를 문제삼았습니다.
국감에서도 대사 · 특파원단 갈등 화두…"소통하겠다" 답하더니
정재호 대사는 국감 마무리 발언을 통해 "많은 공무원들은 사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면서 "특파원들이 (브리핑) 룰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정 대사 취임 일성으로 소통 · 원팀 강조…"중국 외교부보다 못해"
하지만 안타깝게도 30여 명에 불과한 자국민 특파원단과도 제대로 소통이 안 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우리가 권위적이고 불통이라 비판하는 중국 정부도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에선 내신은 물론 외신의 질문도 즉석에서 받아 답합니다. 민주주의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한국의 4강 대사와 대사관이 중국 외교부보다 소통을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서야 되겠습니까.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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