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식품’ 정의·기준 신설 반대: 기업 마케팅에 국민 건강 위협

한겨레 2023. 2. 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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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행정예고한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개정안은 미래 식품산업의 유망주로 여겨지는 '대체식품'을 공식적으로 정의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식약처는 대체식품을 '동물성 원료 대신 식물성 원료, 미생물, 식용곤충, 세포배양물 등을 주원료로 사용'한 일련의 가공품, 포장육과 '유사한 형태, 맛, 조직감 등을 가지도록 제조'한 제품이라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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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 콩고기. 게티이미지뱅크

[왜냐면] 최윤재

서울대 명예교수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행정예고한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개정안은 미래 식품산업의 유망주로 여겨지는 ‘대체식품’을 공식적으로 정의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식약처는 대체식품을 ‘동물성 원료 대신 식물성 원료, 미생물, 식용곤충, 세포배양물 등을 주원료로 사용’한 일련의 가공품, 포장육과 ‘유사한 형태, 맛, 조직감 등을 가지도록 제조’한 제품이라 정의했다.

식약처 기준대로라면 대체식품에 포함되는 제품은 다양하다. 식물성 재료로 만든 비건(채식) 요리부터 곤충 단백질로 만든 영양제, 실험실에서 가공한 세포 배양육 모두 대체식품으로 통칭할 수 있다. 기존 분류 체계에 있던 식품들도 대체식품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모든 제품을 ‘대체식품’이라는 큰 범주로 묶어 버리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대체’라는 단어는 기존 축산식품을 흉내 낸 대체식품이 축산식품을 온전하게 대신해줄 수 있다 착각하게 만든다. 문제는 ‘대체식품’의 상당수는 아직 안전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축산식품 고유의 영양소를 대체할 수 없거니와 육류와 유사한 맛과 질감을 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여러 첨가물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식약처의 예고는 ‘대체식품’이라는 단어 때문에 소비자가 이런 제품을 기존 축산식품 대신 선택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안일한 행정인 것이다.

둘째, ‘대체식품’이라는 단어는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소비자가 무엇을 선택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든다. 두류가공품과 대체식품을 비교해보자. 전자를 보면 두류 재료를 사용해 고기와 비슷하게 만든 가공식품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후자인 ‘대체식품’ 표기를 보면 그 식품의 재료가 식물성인지 세포배양인지 확인할 수 없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닭고기’와 ‘대체식품’의 차이는 매우 크다. 소비자는 ‘대체’라는 허울 좋은 단어에 가려진 상품들의 홍수 속에 선택의 자유를 빼앗기고 건강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인조고기가 대부분인 시장이지만 앞으로 동물 세포를 배양한 제품이 출시되면 이 둘을 구분할 길이 없다. 적어도 정부는 소비자가 명칭을 보고 해당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최근 한 대기업에서 연 ‘대안육’ 레스토랑이 화제가 됐다. 한 언론은 그곳에서 식사한 소비자들이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인조고기임을 뒤늦게 알고 놀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인조고기가 진짜 고기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맛을 내는 점을 강조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소비자가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음식을 먹으며 불확실한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이번 예고는 최근 대기업들의 적극적 투자와 맞물리며 관련 법안이 앞으로 빠르게 진행될 것을 예상케 했다. 식약처는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식품안전은 강화하는 동시에, 국민 편의와 식품 산업 활성화 지원’을 위해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식품 산업 활성화’만을 위해 ‘국민 건강 보호’를 포기하는 것처럼 읽힌다.

식품 관련 정의와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은 국민 건강을 우선시해야 한다. 시장이 커진다고 급하게 진행해야 할 사안도 아니다. 정부는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하게 수렴하고, 무엇이 국민 건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기업들이 이윤 창출을 위해 시장을 만들고 마케팅하는 유행에 끌려가며 국민 건강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식약처에서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오는 20일까지 받는다고 한다. 관련 전문가와 소비자단체들의 적극적 의견 표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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