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정찰 기구’ 갈등이 보여준 불안정한 세계질서

한겨레 2023. 2. 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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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 기구'를 둘러싸고 미-중 관계가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미국이 예정된 국무장관의 방중을 취소하고 '정찰 기구'를 격추하자,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기상 연구용 기구가 통제력을 잃고 미국 영공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이 기구가 미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격납고가 있는 공군기지 상공에 오래 머문 점 등을 근거로 '정찰 기구'가 명백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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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에서 미국 전투기가 중국 ‘정찰 기구’로 추정되는 풍선을 미사일로 격추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 기구’를 둘러싸고 미-중 관계가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미국이 예정된 국무장관의 방중을 취소하고 ‘정찰 기구’를 격추하자,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양국 간 갈등이 국내 정치와도 맞물리면서 순식간에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이해하기 힘든 점이 적지 않다. 중국 외교부는 기상 연구용 기구가 통제력을 잃고 미국 영공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이 기구가 미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격납고가 있는 공군기지 상공에 오래 머문 점 등을 근거로 ‘정찰 기구’가 명백하다고 했다. ‘제로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경제 회복을 위해 최근 미국과 관계 개선을 추진해온 중국이 왜 미 국무장관의 방중 직전 쉽게 눈에 띌 만큼 거대한 이 기구를 미 영공에 진입시켰는지 의문이다. 정찰위성으로 지상을 감시하는 시대에 냉전시대에 주로 활용되던 ‘정찰 기구’를 왜 보냈는지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중국이 이런 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양국은 상호 불신 속에 진실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양국 ‘국내 정치’다. 미 국방부는 2일 이 기구가 정찰용이지만 큰 군사적 위협은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언론과 정치권이 ‘중국 기구의 본토 침입’에 떠들썩해지고,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바이든 정부의 ‘안보 무능’ 프레임을 들고나오자 대응이 강경해졌다. 국무장관 방중 취소에 이어 4일 F-22 전투기를 띄워 중국 ‘정찰 기구’를 미사일로 격추했다. 애초 유감의 뜻을 밝혔던 중국도 미국이 기구를 격추하자 다음날 성명에서 “미국의 과잉 대응”을 비난하고 보복 조처를 시사했다. 중국 외교부는 6일 주중 미국대사관 책임자에게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자국 내 강경 애국주의 여론을 고려해 ‘미국을 강하게 혼내주는 모습’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미·중이 산적한 난제들을 해결하고 우발적 충돌 위험을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웠다. 북한 핵문제 악화, 대만 해협 위기, 1년이 다 되어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은 미·중 양국의 타협과 협력이 없이는 풀 수 없다. 양국이 냉정하게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국제사회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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