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LUENCER] 3평 캠핑카지만… "때로는 지중해도 제 앞마당이 되죠"

박성기 2023. 2. 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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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 들여 15인승 중고차 제작
배관 설비부터 전기 배선 직접 시공
외국어 자유자재 쓰며 친구 만들어
구독자들 실시간 지켜보며 대리만족
드론으로 영상미·배경음악 조화 눈길

120개국 누빈 배낭여행 유튜버 '모칠레로'

3평 남짓의 작지만 아늑한 집 안 침대 위, 부스스 잠에서 막 깬 한 청년이 커튼을 열어젖힌다.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지중해가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인다. 아름다운 바다 풍경에 취해 잠시 말이 없던 그가 드디어 입을 연다. "오늘의 우리 집 앞마당은 이곳입니다."

그의 집 앞마당 풍경은 매일 바뀐다. 때론 한파에 꽁꽁 얼어붙은 러시아 바이칼 호수가, 때론 광활한 초원과 웅장한 협곡이 어우러진 알프스산맥이 앞마당이 된다.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느 곳이든 자신의 앞마당으로 바꿀 수 있는 이 남자, 그의 이름은 '모칠레로(Mochilero)'(본명 정기현)다.

'배낭여행자' 모칠레로는 현재 18만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여행 유튜버다. 자체 제작한 캠핑카를 타고 전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는 자신의 일상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유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 120개국 이상을 여행한 베테랑 여행가이자 국내에 흔치 않은 캠핑카 여행 전문가인 그의 여정이 담긴 영상들은 공개되는 족족 화제를 낳으며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K-Culture 플랫폼 보이스오브유가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랭킹(IMR)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채널 문을 열며 유튜브에 뛰어든 모칠레로는 캠핑카 세계여행 콘텐츠를 선보이기 시작한 2021년 9월부터 폭발적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당시 1만여 명에 불과하던 채널 구독자 수가 6개월 만인 2022년 3월 10만 명을 돌파하며 순식간에 '대세'로 떠올랐다. 이후에도 꾸준히 채널 규모를 늘려온 그는 현재 국내 상위 2%에 해당하는 18만 구독자 유튜버다. 250여 개 동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3300만 회에 이른다. 채널의 최고 인기 영상 '한국인에게 적극적인 미승인 국가 여자들(트란스니스트리아)'은 130만 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 중이며, 구독자 수를 뛰어넘는 높은 조회 수를 올리는 영상이 나날이 늘고 있다. 모칠레로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현 보이스오브유 선임연구원)는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캠핑카 여행에 대한 로망을 실현하게 해주며 대리만족의 쾌감을 선사하는 것"을 가장 큰 인기 비결로 꼽는다.

실제로 모칠레로는 '꿈 같은 캠핑카 여행'을 선보이며 수많은 '방구석 여행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본래 배낭여행을 즐기던 그는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여행길이 막히자 하릴없이 귀국했고, 3000만 원을 들여 15인승 중고차를 사들였다. 이후 100일간 배관 설비부터 목공 및 전기배선 작업까지 모든 것을 직접 해내며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캠핑카 '햇살이'를 탄생시켰다. 지난 1년 반 동안 러시아를 시작으로 유럽 각국을 햇살이와 함께 여행하고 있는 그의 최종 목적지는 아프리카 최남단에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의 현재 진행형 캠핑카 여행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구독자들은 "내 꿈을 대신해줘서 고맙다", "내 인생의 버킷 리스트인데… 정말 멋지고 부럽다"라는 댓글을 남기며 꿈을 실현한 그의 열정과 추진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은, 끝없이 예상치 못한 위기와 역경이 찾아오는 고단한 여행자의 삶을 특유의 긍정 에너지와 친화력으로 극복해내는 그의 모습은 또 다른 인기 비결이다. 캠핑카가 고장이 나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시골 마을에 고립된 채 홀로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몸이 아파 세계적으로 이름난 관광지를 눈앞에 두고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결코 희망과 여유를 잃지 않고 이 모든 것을 '여행의 묘미'로 승화해낸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세계 각국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여행지에서 만나는 이들을 모두 친구로 만들고,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곳에는 기부를 통해 선뜻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그의 여행기는 '각본 없는 드라마' 같은 재미와 감동을 주기에 큰 호응을 얻는다.

모칠레로의 채널에서는 뛰어난 영상미와 조화로운 배경음악이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영상을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드론을 이용한 항공 촬영을 즐기는 그는 그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앵글로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영상에 담아 보이며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감각적 음악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귀까지 즐겁게 만들어 준다. "지상파 방송 영상에 맞먹는 퀄리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세계와 소통하고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여행으로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전하고 있는 '진정한 여행가' 모칠레로. 그 누구보다 여행에 진심인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소소하면서도 특별한 여정으로 우리에게 재미와 힐링을 선사할지, 그가 펼칠 활약에 기대가 모아진다.

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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