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억 못 받지만"… 대우건설, 지방 공사현장 본 PF 불참

이미연 2023. 2. 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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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론 참여했지만 사업성 없어
울산 동구 644세대 주상복합 포기
업계 "앞으로 지방에서 더 나올 듯"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자 한 대형건설사가 브릿지론까지 참여했던 공사현장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왔다. 시공사로 참여해 연대보증을 섰던 400여억원을 포기해야 했지만, 분양과 준공 단계까지 끌고 간다고 해도 이익이 나지 않을 것이 확실해지자 사업 참여를 접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사례가 흔하진 않지만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있는 지방 현장에서 앞으로 유사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울산 동구 일산동 주상복합 신축사업' 관련 공문을 통해 해당 사업을 더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현장은 울산광역시 동구 일산동에 총 644세대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 현장의 브릿지론 단계에 참여했던 대우건설은 최근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 시기가 다가오자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아예 시공사 지위를 반납한 것이다.

'브리지론'은 시행 사업자가 아파트 등의 건설 사업 인허가를 받기 전에 사업 부지(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빌리는 자금을 말한다.

이후 사업승인을 받아 추진이 확실해지면 본 PF로 전환하면서 분양 등의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대우건설은 사업을 포기하면서 연대보증을 섰던 후순위 브릿지론 440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했다.

이 금액의 일부를 해당 시행사로부터 돌려받을 가능성은 적다. 해당 사업장의 토지 등은 선순위 브릿지론에 참여한 금융사들이 담보로 잡은 터라, 공매를 통해 청산된다고 해도 대우건설 측은 후순위까지 차례가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40억원을 돌려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현재는 물론이고 향후 울산 지역 내 부동산 시장이 그리 밝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정부가 '미분양 위험선'으로 언급한 6만 2000가구를 훌쩍 뛰어넘은 6만 8000가구로 집계된 바 있다. 특히 지방에만 5만7000가구가 몰렸다. 이 중 울산의 미분양은 12월에는 3570가구를 넘어서며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전(397가구) 대비로도 799.2%(3173가구) 폭증한 수치다.

실제 분양 성적도 좋지 않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통계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울산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분양률은 3.4%로 전 분기(66.3%) 대비 62.9%포인트 급락했다. 작년 4분기에 분양한 울산 민간아파트 100가구 중 96가구가 6개월 안에 집주인을 찾지 못한 미계약분으로 남은 셈이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했던 2015년 3분기 이후 역대 최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 현장은 2021년 초부터 검토하기 시작했던 곳인데, 그 때와 지금의 시장이 너무 다르다"며 "자재가격과 인건비 등 분양단가가 너무 오른 상황이라 그 때 예상했던 분양가로 준공까지 하기에는 사업성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고 포기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대위변제한 440억원은 현 IFRS 회계기준에 맞춰 작년 4분기에 이미 손실분으로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처럼 본 PF 전환 단계에서 시공사가 빠지는 사례는 드물지만, 금융권에서는 프로젝트 실패 가능성을 우려해 대주단(채권단)가 먼저 손절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 최근 서울 한남동과 청담동의 하이엔드 주택 건설 현장 등에 자금을 지원했던 대주단들이 브리지론 만기를 연장하는 대신 자금 회수 분위기로 돌아서면서 대출 만기 연장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김문수 법무법인 오른하늘 변호사는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급격히 늘어났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률마저 떨어지자 사업성이 저하되면서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번 경우처럼 대형 건설사도 발을 빼는 사례가 나올 정도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면 중견 건설사들로서는 사업 참여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며, 사업장의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도 이런 대우건설 사례는 앞으로 지방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좋았을 때 수주한 현장들에 대해 사업을 더 진행할지 여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이미 본PF를 결정한 현장들은 책임준공 확약으로 공사를 진행하겠지만, 분양 등은 시기를 면밀히 보면서 조절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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